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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51   22-09-11
강산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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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3

 

요즘은 어디에서나 김정일동지의 로씨야방문 이야기로 흥성거리였다. 렬차칸, 역기다림칸, 뻐스줄, 사무실과 작업장들, 사람들이 모인곳에서는 모두 그이의 로씨야방문과 관련한것들이 화제에 올랐다.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에서는 장군님께서 로씨야로 가시는 길에 라남역에 차를 멈추고 라남의 로동계급에 대한 치하의 말씀을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다 감격과 흥분에 휩싸여있었다. 한편 그들은 장군님의 사랑과 믿음을 받고있는 자기들이 《93기》의 제품생산속도를 2분단축하기 위한 시험작업을 성사시키지 못해 속을 태우고있었다. 될수록이면 김정일동지의 로씨야방문기간에 그 일을 성사시켜 기쁨을 드리고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것이였다.

주혁민책임비서는 늘 그 생각에 몰두해있었다.

이날 주혁민은 새벽 4시에 주물직장으로 들어갔다. 거기 조형장에서 《93기》의 설비부속품들을 주물하고있기때문이였다.

거푸집곁에서 로동자들과 섭쓸려돌아가는 지배인의 작은 몸이 뽀얀 쇠물안개속에서 얼른거리였다.

실내 기중기들이 부글부글 끓는 쇠물남비를 공중으로 날라서 거푸집에 쏟아부을 때마다 시뻘건 화염이 솟구쳐올랐다.

오성오지배인은 사닥다리를 타고 전기로 발판에 올라가 방열모를 쓴 로공과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 하고는 주물공이 있는곳으로 내려와 손세를 쓰면서 무엇인가를 또 지시하였다. 그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팽이처럼 돌아갔다.

주혁민은 30분 남짓이 조형공들의 일손을 도와주고나서 오성오에게로 다가갔다.

《지배인동무, 소재직장, 가공직장, 할것없이 모두 기세가 대단하오. 장군님의 로씨야방문이후 생산능률이 1.5배나 올라갔다면서요?》

《예, 여기 로력이 한 300명만 더 보충되면 큰 소리를 치겠는데.》

지배인은 얼굴에 묻은 쇠검댕이를 수건으로 씻으면서 작업장을 둘러보았다.

공장규모가 확대되면서 로력이 모자라 일부 설비는 가동하지 못하고있었다.

《로력문젠 현재 상태에서 풀수 없는 일이니 할수 없고 <93기>시험작업은 어떻소. 5분짜릴 3분짜리로 만든다는거?》

주혁민은 이 새벽도 《93기》의 개당 제품생산속도를 5분으로부터 3분으로 단축시키는 문제에 마음을 쓰고있었다.

《잘 안됩니다. 3분에 하나씩 제품이 나오긴 하는데 오작품이 생기거든요. 분명 금속재질이 걸렸습니다. 그래 또 이렇게 부어보는데 모르겠습니다.

8월안으로 <93기>를 몽땅 다 3분짜리로 만들어놓겠다고 보고를 올렸는데 참 야단났습니다.》

오성오는 아래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면서 걱정스레 조형장을 둘러보았다. 주혁민이도 한숨을 쉬며 작업복 목단추를 풀고 덤덤히 서있었다. 그는 기업소에서 아무리 생산계획을 넘쳐하여도김정일동지로부터 직접 과업을 받고 시작한 이 《93기》개조작업을 당앞에 맹세한 날자에 해내지 못하면 의의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오늘에 와서 《93기》는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의 얼굴이였다.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5분짜리 <93기>를 만들어냈으니 3분짜리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할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요. 2분을 단축하는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신 장군님의 말씀을 우리가 깊이 새기지 못했습니다.》

《지배인동무, 잘못을 깨달았으면 고치면 됩니다. 어쨌든 난 마음이 든든하오. 왜? 장군님께선 우리가 할수 있다고 말씀하셨거던. 장군님께서 믿으시는 일은 다 그대로 되는법이요. 오늘은 그만 일을 하고 <기계원>에 가서 목욕이나 합시다.》

주혁민은 오성오의 팔소매를 잡아끌었다. 잔병이 없고 강단이 있는 지배인이지만 어느 모퉁이에라도 병이 나기만 하면 걷잡지 못하게 될수 있는것이다.

주물직장을 나선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목욕탕을 향해 걸음을 옮기였다.

신선한 새벽바람이 밤을 꼬박 새운 두사람의 먼지오른 머리카락을 날리였다.

《기계원》옷보관실에 들어와 웃동을 벗어버린 주혁민은 근육이 불거져나온 튼튼한 앞가슴을 드러내놓고 몇번 팔을 굽혔다폈다 하였다. 이때 오성오가 별안간 긴장한 표정을 짓더니 책임비서의 바른쪽가슴에 손을 대고 귀를 기울이였다.

주혁민은 그의 별스러운 행동에 어정쩡해졌다.

《왜 그러오?》

《책임비서의 심장이 진짜 바른쪽가슴에 있는지 확인해보자는거요.… 아하, 이거 진짜 바른쪽에서 심장이 뛰누만! 참 세상에 별 사람이 다 있지.》

《하하하… 나는 바른쪽에 있는 나의 심장을 참고해서 무슨 일이든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반대로 해보군 하오.》

이것은 롱담이 아니였다. 그가 발명한 《증기복합식가열로》도 원래의 열공법과 반대로 되게 하여 성공한것이였다. 일반적으로 가열로에 불을 지필 때에는 밑으로부터 불을 지피지만 이 《증기복합식가열로》는 그와 반대로 우로부터 지피게 되여있었다. 생산을 지도하는데 있어서도 지도일군들은 대체로 마지막 생산공정인 가공조립공정에 힘을 넣지만 주혁민은 반대로 첫 공정인 소재공정에 힘을 넣었다.

《지배인동무, 3분짜리 <93기>가 말썽을 일으키면 무엇이든 하나 자리를 바꿔보시오. 가령 왼쪽에 있는 주축함을 내 심장처럼 바른쪽에 옮겨보시오.》

《여보, 말같지 않은 소릴 하지도 마오. 책임비서라는 사람이 아무런 과학성도 없이 미신같은 소릴 하다가 경을 치자고 그러오?》

《하, 하, 하》

책임비서는 붉은 가슴을 드러내놓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었다.

《기계원》은 그들에게 있어서 잠시나마 사업에 대한 시름을 잊게 하는 즐거운 이야기장소이기도 하였다.

그들은 한바탕 웃고나서 흰 김이 뽀얗게 서린 목욕탕칸으로 들어갔다. 교대시간이 되지 않은 이른 새벽이여서 목욕탕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이 목욕을 하고 《기계원》을 나설 때 벌써 멀리서 새날을 알리는 기업소방송차의 확성기소리가 울리고있었다.

《이거 우리가 목욕을 지내 오래 했구만. 빨리 가서 조반을 한술씩 하고 나옵시다.》

주혁민이 걸음을 다우쳤다.

두사람이 정문가까이 이르렀을 때 접수실에서 한사람이 뛰쳐나왔다.

《책임비서동지, 평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서정후부상한테서…》

《나한테?》

주혁민은 접수실로 들어가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주혁민이 전화받습니다.》

《예, 서정후입니다. 사무실에도 집에도 안계신다기에 정문에 알아봤는데 마침 만났군요. 다 잘있겠지요?》

《예, 별일 없습니다. 참 오래간만에 부상동무의 목소릴 들어봅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주혁민은 진심으로 반가와 얼굴에 함뿍 웃음을 담고 물었다. 수화기는 잠시 잠잠하였다. 기침소리가 들렸다.

《책임비서동무, 사실 언제부터 전화로라도 라남동지들에게 축하를 해주고싶었는데 내 무슨 낯으로… 사실 오늘도 여러번 망설이다가 책임비서동물 찾았습니다. 원래 지배인동물 축하해야겠는데 내가 지배인이야 어떻게 만나겠습니까. 그래 책임비서동물 찾았습니다.》

《부상동무, 거 뭘 그럽니까. 사람이 살아가다가 싸움도 하고 과오도 범하고 그러는거지요. 그게 인생이지요. 하하하… 나도 일을 잘못해서 장군님의 속을 얼마나 태웠겠습니까.… 그러지 말고 한번 놀러오십시오.》

《그러지 않아 거기 <93기>를 보고싶습니다.

참 요즘 소식을 들었는데 위대한 장군님께서 로씨야로 가시는 길에 라남역에 오래동안 차를 멈추고 라남동지들에 대한 치하의 말씀을 하셨다더군요. 수령님께서 유럽방문을 하시던 일도 회고하시며…》

서정후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담겨있었다.

《정말 큰 영광을 받아안았습니다. 그런데 보답을 드리지 못하고있습니다. 5분짜리 <93기>를 3분짜리로 만들어보는데 그것도 헐치 않군요.

위대한 장군님께 8월안으로 모두 3분짜리로 개조하겠다고 맹세문까지 올렸는데 해내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아하, 이거 책임비서동지답지 않은 말을 하십니다. 허, 허, 허… 3분짜리도 성공하고 말고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침시간이 바쁘겠는데 그만 전화를 놓겠습니다.》

주혁민은 전화기를 놓고 한동안 덤덤히 서있었다. 어쩐지 주눅이 든것같은 서정후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별스러웠다. 아무튼 서정후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되였다.

접수실 문앞에서 서성거리고있던 지배인이 전화를 걸고 나오는 책임비서에게 성급히 물었다.

《어디서 온 전환가요? 서정후부상이 아니요?》

《그렇소. 원래 지배인이 받아야 할 전화인데 지배인한텐 차마 말을 못하겠다고 하며 나한테 성공을 축하한다고 하지 않소. 3년이나 벼르다가 한 전화라고 하오.》

《3년?… 참 못살게 굴더니 이제야 느끼는게 있는가?》

오성오는 실눈을 지으며 중얼거리였다. 그는 고개를 기웃한채 얼마간 잠자코 걸어가다가 입을 열었다.

《서정후부상이 많이 달라졌다군 합디다. 그런데 도서실의 사서로친네 있지 않소. 오련실로친네 말이요. 그 로친네가 어물한 소릴 하지 않겠소. 결코 한두번의 비판으로 사람이 고쳐진다고 생각지 말라는거요. 서정후부상을 빗대고 하는 말이지요. 서정후가 당회의에서 한생을 총화했다느니 신랄하게 자기비판을 했다느니 하는 소문이 라남땅에까지 들려오지만 자기는 믿지 않는다는겁니다.》

같은 지붕을 쓰고 사는 두사람은 집앞에 와서 걸음을 멈추고 끝맺지 못한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아니 그 로친네가 서정후에 대해 뭘 아는게 있다고 그런 소릴 하는가. 하긴 간단한 로친네가 아니야. 세상 못읽어본 책이 없소. 그전에 서정후부상이 우리 일을 몹시 방해하였으니 그 감정을 아직도 풀지 못한 모양이군. 녀자들이란게 그렇소.

우리 로친넬 봐도 고망옛적 련애걸 때 못박힌 말한마디 한걸 지금도 외우지 않소. 하, 하, 하… 》

주혁민은 웃으며 손을 젓고나서 아침출근시간이 늦겠다며 먼저 부엌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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