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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22   22-08-13
강산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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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2

이날 아침도 지배인실로 통하는 2층복도에는 여라문명 잘되는 사람들이 주런이 늘어서있었다.

지배인결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였다. 아침 8시 30분부터 9시사이가 결재시간이여서 언제나 이 시간이면 지배인사무실앞 복도가 붐비였다.

생산, 업무, 후방과 관련된 결재문건은 생산부통계원이 종합하여 지배인방에 가져오고 출장, 휴가수속따위의 결재문건은 기요원이 종합하게 되여있지만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 여라문명씩 되였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전날 문건결재에서 퇴짜를 맞았거나 별도의 용무가 제기된 사람들이였다.

2층복도벽에는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자!》,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을 결사관철하자!》라는 표어와 수령님의 현지지도 날자들을 차례로 쓴 게시판이 걸려있었다.

벌써 넉달째 보는 구호이지만 지배인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깊은 생각에 잠기군 하였다.

오성오지배인은 기요원과 통계원이 가지고온 문건들을 사무실에서 다 처리하고나서 별도로 제기된 문제들을 알아보려고 복도로 나왔다.

대국상에 대한 비보를 받은 그날부터 이날까지 넉달동안 오성오는 어느 하루도 얼굴에 웃음을 지어본 날이 없었다. 원래 차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던 그의 얼굴은 더욱 표표해졌다. 그는 사실 맥이 풀려 《HM기》개발에 대한 의욕마저 사그라지는것 같았다. 그러다가 며칠전 리명국비서로부터 김정일동지께서 11월 9일 《HM기》 첫 시험가동날자를 잊지 않고계신다는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게 되였다.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자!》

오성오는 벽에 붙어있는 구호를 이윽히 지켜보고나서 복도에 늘어서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이 다 별도로 문제가 제기되여 찾아온 사람들이였다.

《오늘은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소. 뭔지 좌우간 좀 봅시다.》

먼저 주강직장 전극작업반 반장이 기름묻은 작업복팔소매를 걷어붙인채 시커먼 방울눈을 두부럭거리며 지배인에게 종이장을 내밀었다. 이것은 직장장의 수표를 받은 혼합기 자재신청서였다.

《이건 안돼! 당위원회 결정서에 〈전극작업반에서는 자재를 극력 절약하여 혼합기를 비롯한 전극생산용 모든 설비들의 수명을 1.5배 늘이겠다.〉라고 밝혀있소. 1.5배 늘이는것으로 보면 혼합기를 1995년 1월까지 써야 해.》

오성오는 그 자리에서 신청서용지를 찢어버리였다.

그는 생산문제와 관련된 당결정서 내용을 언제나 뜬금으로 외워두고있었다.

《그렇게 돼있는가요?》

전극작업반장자신은 1.5배라는 수자를 이미 잊어버린지 오랜터여서 흥심없이 웅얼거리였다.

《그렇게 돼있는가요가 뭐요? 당결정서 큰 2, 반괄호1에 우리말로 둘째 ㄷ조항에 그렇게 씌여있소. 반장이 그것도 모르고있으니 무슨을 일을 온전히 하겠소.》

《하하하, 내 지배인동지한테 손을 듭니다. 그러나 어찌겠습니까. 혼합기가 덜커덕덜커덕 합니다. 한달을 채울것 같지 못합니다.》

작업반장은 웃는 얼굴로 빌붙었다.

《어떻게 하나 한달만 더 쓰시오.》

《그러니 래달에 주시겠습니까?》

《아니, 내 지금 연구중인데 전극작업반을 없애버릴 생각이요. 아니 결정적으로 없애버리겠소.》

《아니, 없앤다구요?》

헤식은 웃음을 짓던 작업반장의 얼굴이 꺼멓게 질리였다.

《지배인동지, 롱담은 그만하고 혼합길 해결해주시오. 전극을 생산 못하면 주강직장의 로가 멎어버리지 않습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돌아가 일이나 하오.》

오성오는 전극작업반장의 넓은 잔등을 밀어버리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물직장 사락작업반장이 손을 비비면서 지배인앞으로 나섰다.

오성오는 그를 보지 않고 복도창문쪽으로 걸어갔다.

주강직장 벽체옆으로 전극작업장의 한귀퉁이가 보이는데 거기서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여오르고있었다. 전극다짐작업을 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피치연기였다.

오성오는 요즘 그 전극생산기지문제로 하여 혼자서 속을 태우고있었다.

원래 전극생산기지에 대해 의견이 많았던 오성오는 최근 공장생산제품들에 대한 전반적원가계산을 해보는 과정에 전극생산기지를 결정적으로 없애버려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였다. 전기, 로력, 자재, 원료의 랑비가 너무도 많았던것이다. 큰 규모의 전문 전극, 세멘트, 카바이드공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장, 기업소들에서 저마다 자력갱생이라는 빛좋은 이름을 걸고 설비, 자재들을 끌어들여다 전극이요 카바이드요 세멘트요 하면서 생산기지들을 마구 꾸릴래기를 하면 제품의 질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할뿐아니라 로력, 전기, 자재, 원료를 이루 말할수 없이 랑비하게 되는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랑비는 경제물계에 밝고 경제타산을 과학적으로 할줄 아는 사람들의 눈에만 보인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범죄적인 생산기지를 꾸려놓고도 훌륭한 《자력갱생》기지를 만들어놓았다고 소리치며 자랑하는 희비극적인 현상이 나타나는것이다.

애초부터 전극생산기지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오성오이지만 지배인이 살아있을 때는 직권에 눌리워 없애버릴 힘이 없었고 사망한 다음에는 인간적도리를 생각하게 되여 어쩌지 못하였다.

이제 전극생산기지를 없애버리자면 어차피 그것이 나라에 어떤 손해를 끼쳐왔는가를 사람들앞에서 구체적으로 까밝혀야 했다.

지배인의 《공적》을 부정하여야 하고 피땀을 들인 그의 창조품을 없애버려야 하는 여기에 오성오의 고민이 있었다. 그것이 힘든 일이여서 3년동안이나 벙어리 랭가슴 앓듯 하였다.

《지배인동지!》

오성오는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생각에서 깨여났다.

그제야 그는 복도에 주런이 늘어서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주물직장 사락작업반장이 기다리다 못해 오성오를 불러놓고는 손을 비비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요? 어서 내놓소.》

오성오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는 결재를 받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한가지 제기할 문제가 있어서…》

《뭔지 빨리 말하오.》

《저 요즘은 건설직장이 한숨 돌린것 같은데 거기서 로력 스무명만 떼주십시오. 사락작업반 설비를 개조하는데 로력이 딸립니다. 한달동안만 쓰게 해주십시오.》

《동무 정신이 있소?》

오성오는 작업반장의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찬찬히 뜯어보며 《건설로력은 한명도 뗼수 없소. 자기가 맡은 일은 자기가 하시오. 그따위 둘러맞추기질을 하면 이게 붙어있지 못해.》하고 류달리 삐죽이 불거져나온 작업반장의 울대뼈를 두드리였다.

《둘러맞추기란 뭡니까. 지금 수봉작업장과 북천작업장건설이 다된 조건에서 건설로력 스무명을 빌려쓰자는데 그게 무슨 큰 과오라고 목을 뗄 생각부터 합니까.》

생산직장에서 다년간 일하는 동안 능먹은 작업반장은 어떻게 하나 로력을 받아가려고 너스레를 쳤다.

수봉, 북천작업장들은 5월10일종합공장에서 수령님의 1990년 9월 1일 현지교시를 받들고 최근에 건설한 설비부속생산기지들이였다.

공장주변에는 건설부지가 없어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새 작업장들을 꾸렸는데 11월 9일 《HM기》첫 시험가동은 수봉작업장에서 하기로 되여있었다.

오성오는 사락작업반장에게 눈총을 쏘며 말하였다.

《동무! 수봉, 북천작업장건물이 다 됐지만 아직 내부 칸막이작업이 남아있소. 래년부터는 작업장을 전문 운영해야 되겠는데 뭐 건설로력?》

오성오는 원래 여기 로력을 저기 떼다붙이고 저기 로력을 여기 동원시키는 그따위 무질서한 로력관리를 제일 금물로 삼고있는 일군이였다. 그것이 나라의 경제를 망쳐먹는 로력관리였다. 실지 동원놀음, 둘러맞추기놀음때문에 로동자, 기술자들이 전문화된 로동을 하지 못하고 작업기능을 높이지 못하는것이다.

《동무, 앞으로 두번 다시 그따위 동원놀음을 제기하면 용서하지 않겠소. 로동자, 기술자들이 어떻게 안착되여 일하겠는가. 가시오!》

오성오는 작업반장을 밀어제끼고 다음 사람의 손에서 종이장을 받아들었다.

단조직장에서 가져온 바이트출고증이였다.

《단조직장에서 바이튼 해서 뭘해?》

《우리 직장에도 자그마한 절삭기곌 하나 가져다놓자는겁니다. 두드리는것만 있구 깎는 기계가 하나도 없어 애를 먹을 때가 많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가을뻐꾸기같은 소리야. 옆에 큰 공작기계직장이 있는데 절삭 기곌 놓겠다는게 무슨 소리야. 단조는 단조를 잘하고 주강은 주강을 잘하고 제관은 제관을 잘해야 해. 헛눈 팔지 말고 단조만 생각하오. 단조만!》

오성오는 출고용지를 구겨서 복도 한구석에 있는 휴지통에 내던지였다. 그 다음 사람도 퇴짜를 맞았다. 복도에 늘어서있던 10여명의 사람들중에서 지배인의 수표를 받은 사람은 대형작업반장과 그밖에 두사람뿐이였다.

공장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손금처럼 환히 꿰들고있는 지배인앞에서 그 누구도 얼렁뚱땅해서 업어넘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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