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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41   21-09-12
강산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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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조무진련대장은 정치위원 양영식과 함께 초소병실로 들어섰다. 지인선의 시신앞에 이르러 머리우까지 씌워진 백포를 조심히 펼쳤다. 여기저기 긁히고 화상을 입었지만 그 모습은 여전하다. 억이 막혔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축복속에 결혼식을 하던 일이 어제같은데… 앞날이 그리도 창창했던 한창나이의 정치일군이 이렇게 되다니!

조무진은 천천히 백포를 다시 덮고나서 분노한 눈길로 중대장을 쏘아보았다.

《자기 정치지도원도 지켜내지 못한 동무가 무슨 중대장인가?》

이마며 한손이 온통 붕대투성이인 중대장은 무겁게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양영식이 련대장을 나직이 만류하였다.

《련대장동지, 병사들이 듣겠습니다. 중대장동문 할수 있는껏 다했습니다. 인원점검이 시작되자 정치지도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불속에서 정치지도원을 발견하고 구출하느라 중대장본인마저 무슨 일이 날번 했습니다. 그래서 남용일동무도 구원된것입니다. 그까지 잃었으면 어떻게 할번 했습니까!》

한동안 초소병실은 침묵속에 잠겼다.

중대장이 무엇인가를 조심히 두손에 받쳐 정치위원 양영식에게 내밀었다.

《정치지도원동지가… 희생되면서 남용일동무의 품안에 모셨던 초상휘장입니다! …》

양영식은 초상휘장을 받아들었다. 뜨거운 눈길로 한동안 초상휘장을 바라보다가 그것을 련대장에게 넘겨주었다.

조무진 역시 받아든 초상휘장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지나온 나날 그와 얽혀졌던 가지가지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났다.

《정말 아까운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조무진은 억이 막힌듯 괴롭게 입을 열었다.

《선희한테 어떻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

양영식도 얼굴이 컴컴하게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있었다. 그냥 자기를 지켜보고있는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별수없이 떠듬떠듬 속을 터놓았다.

《그의 해산달도 당장인것 같은데… 정말이지 기막힙니다. 그러나 알려주어야지요. 당장 장례식이 있지 않습니까! …》

병실안으로 초소장이 들어서며 급히 거수경례를 했다.

《련대장동지, 군의소장동지가 전화로 알려왔습니다. 남용일동무가 의식을 회복했다고 하였습니다!》

조무진은 초소장에게 일렀다.

《군의소장에게 전하오, 마음을 놓지 말라고… 그가 어떻게 구원된 병사요!》

《알겠습니다!》

초소장이 병실에서 나갔다.

조무진은 계속 뇌리를 붙잡는 선희에 대한 생각으로 담배를 붙여물었다. 그가 담배 한대를 다 태울 때까지 모두가 그대로 서있었다.

마침내 조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치위원을 돌아보았다.

《갑시다. …》

양영식도 련대장이 결심을 내렸다는것을 알아채고 묵묵히 일어섰다. 새날이 희붐히 밝아오고있었다. 바람은 잦았으나 전연쪽에서 여전히 검은 연기가 날려오고있었다.

조무진은 초소마당에 대기하고있는 승용차옆을 그냥 지나 군인사택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자기 친동생과 다름없는 선희에게 남편의 희생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저 억이 막히고 기가 막힐뿐이였다. 또 그런 훌륭한 중대정치지도원을 이제 어디서 다시 만나랴 하는 생각에 가슴 한쪽이 뭉청 날아난듯 한 공허감을 느꼈다.

어느덧 사택마을에 도달하여 지인선의 집을 가까이하던 조무진은 자기도 모르게 슬며시 걸음을 멈추었다.

선희가 마당가에 나와있었던것이다. 전연쪽에서 날려오는 연기를 불안스러운 눈길로 지켜보고있다가 조무진이 서있는쪽으로 고개를 돌리고있었다.

순간 조무진은 흠칫 놀라는듯 한 선희의 눈길과 마주치자 당황히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집마당으로 들어서는 련대장과 정치위원을 맞이하는 선희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무엇을 묻는듯 입술이 약간 움직였으나 아무런 말도 새여나오지 못하였다.

조무진은 애써 아무 일 없는듯 선희를 마주보았다.

《선희야, 집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선희가 가까스로 묻고있었다.

《오빠, 무슨 일이예요? 무엇때문에 이른아침 이렇게 왔어요?》

조무진은 의혹과 불안, 겁이 잔뜩 질린듯 한 선희의 얼굴을 차마 그냥 마주볼수 없어 눈길을 내리깔았다. 그리고는 그앞을 그냥 지나 제 먼저 부엌문을 열었다.

《오빠! …》

다급한 웨침과도 같은 선희의 목소리에 조무진은 주춤 문고리를 잡은채 굳어져버렸다.

뒤따르던 선희가 그 무슨 예감으로 그 자리에서 비청거렸다.

양영식이 급히 그를 부축하였다.

조무진은 금시 무엇인가 가슴을 찌르는듯 한 예리한 아픔을 느끼며 고개를 수굿하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아래목에는 남편이 들어올것을 예견하여 차렸던 아침밥상이 그대로 있었다. 소박하나 정성들인 몇가지 안되는 그 찬그릇들을 바라보다말고 조무진은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고말았다.

양영식의 부축을 받으며 뒤따라 방안에 들어선 선희의 목소리에는 이미 울음이 섞여있었다.

《오빠, 왜 말을 못해요? 왜 속시원히 말을 못해요?

우리 인선동지한테 무슨 일이 생겼지요?》

조무진은 목이 꺽 메여 눈빛을 허둥거리다가 버럭 고함을 쳤다.

《진정해! 군사복무를 했다는 네가! … 그래, 최전연으로 시집올 때 그만한 각오도 없었단 말이냐?》

선희는 그만에야 양영식의 손에서 풀려나오며 방바닥에 어푸러졌다.

그 바람에 밥상이 뒤집히며 밥그릇과 찬접시들이 나딩굴었다.

《아니, 아니예요. …》

선희의 얼굴에는 울음섞인 웃음이 애처롭게 피여올랐다.

《이제 집에 들어올거예요. 두고보라요. 그렇게 갈 사람이 아니란 말이예요. …》

조무진은 침통한 얼굴을 한채 그를 위로할 아무 말도 찾지 못했다.

이때였다. 조무진의 안해 정명이 정치위원의 안해와 함께 급히 방안으로 들어섰다.

정명은 서둘러 선희를 부둥켜안고 흔들었다.

《선희, 무슨짓이야? 정신차려! …》

선희는 와락 정명의 품에 안기며 목놓아 울었다.

《언니, 나 몰라, 나 몰라! …》

조무진은 두눈을 슴뻑이며 그만에야 고개를 푹 떨구었다. 장차 선희의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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