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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8회   21-03-30
강산   861
 

제 1 장

8

 

양명심이 망라된 연구집단은 모두가 청년과학자들이였다. 연구집단을 책임지고 이끄는 석홍범도 젊은 과학자였다. 석홍범이 처음 초고압유압프레스개발을 발기하고 나섰을 때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나이많은 학자들은 연구집단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연구과제에 대한 확신도 적었지만 보다는 석홍범이 몇해전에 기계공업위원회(당시)에서 갓 넘어온 연구사였기때문이였다. 이미 학위를 가지고있었지만 그의 능력과 자질은 아직 연구소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과제의 성공여부는 무엇보다 책임자의 실력에 크게 좌우되는것이다. 석홍범은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의 제기에 따라 연구소에서는 젊은 연구사들로 연구집단을 무어주었다.

석홍범의 생각은 옳았다. 양명심은 말할것 없고 다른 젊은 연구사들도 이번의 연구과제수행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해보려는 공통된 반발심이 있었다. 기계공학, 유압공학, 전기공학, 수학, 물리…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목적을 향하여 신심에 넘쳐 문헌조사를 다그쳐왔다. 연구사들은 각기 자기 전공에 따라 이미 초고압유압프레스를 만든 여러 나라의 서적과 잡지들을 빠짐없이 읽었다.

그런데 문헌조사가 깊어질수록 일부 연구사들속에서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원리와 표상을 가졌을 때에는 몰랐으나 정작 깊이 파헤쳐보니 우리의 실정에서는 해결할수 없는 난점들이 있다는것을 깨달았던것이다. 하지만 수학적인 모형화와 력학계산을 담당하였던 양명심은 연구가 심화될수록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 기쁨도 컸고 자기의 능력에 대한 확신도 굳어져갔다.

과학평의회는 예견했던대로 그가 연구소로 돌아온 그 이튿날에 열리였다. 흔히 기계공학연구소범위내에서 열리던 평의회에 이날은 다른 연구소의 권위있는 학자들과 과학원 림수봉부원장이 참가했다. 여러가지 과학기술문제들이 론의되고 연구과제에 운명적인 결론을 내려야 할 모임이였다.

먼저 석홍범이 종합적인 견해를 말하고 양명심을 비롯한 연구사들이 각기 자기 분야의 문헌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뒤이어 그에 대한 의견들이 오고갔다. 중간휴식을 하여가면서 여러시간 론의가 거듭되던 끝에 림수봉이 연단에 나섰다. 후보원사이고 기계공학박사인 그는 나라의 책임적인 과학지도일군인 동시에 이름높은 학자이기도 하였다. 다부진 체격과 혈색좋은 둥실한 얼굴은 환갑을 지난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이였다.

양명심은 한껏 기대를 가지고 그를 바라보았다.

젊은 연구사들이 찾지 못한 방도를 그가 찾아주거나 시사해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뜻밖의 말이 튀여나왔다.

《토론과정에 충분히 론증된것처럼 초고압유압프레스개발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연구집단의 문헌조사결과는 그 제작에 필요한 고질, 고강도재료들의 기술지표가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높다는것을 말해주고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공업은 그러한 재료들을 생산하지 못하고있습니다. 그것을 대신할수 있는 다른 재료들을 탐구하여 연구를 계속하자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무모한 시도입니다. 보통의 기계라면 대용재료를 리용할수도 있을것입니다. 그러나 아다싶이 초고압유압프레스는 2 000기압이상의 초고압으로 동작합니다. 해당한 기술지표에 이르지 못하는 재료들을 리용하여 제작을 시도하다가는 무서운 폭발을 가져올수 있습니다.》

그는 연구집단성원들을 둘러보더니 무거운 어조로 계속했다.

《이미 초고압유압프레스제작조건을 두고 과학지도부서들에서 론의가 많았습니다. 제작재료가 걸린다는것은 몇달전부터 제기된 문제입니다. 현실적으로 바킹재료나 특수한 강철띠를 해결할수 없는 조건에서 연구사업을 어떻게 할것인가? 토론을 거듭해오던 끝에 오늘의 과학평의회를 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해결방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부득불 연구집단을 해산하고 그 력량을 유압공학분야에서 제기되는 다른 긴급한 과제수행에 돌려야 하겠습니다.》

양명심은 머리우에 세찬 타격이 내려지는듯 한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로써 우리 연구집단은 끝장이란 말인가?! 눈앞이 캄캄해오면서 자신의 존재가 헤여날길 없는 나락속으로 떨어지는듯 했다. 과학자에게는 연구과제의 운명이 곧 자신의 운명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황홀하게 머리속에 그려지던 꿈이 이렇게 쉽사리 사라져야 한단 말인가? 얼핏 옆을 돌아보았다. 저켠에 앉은 석홍범의 얼굴은 해쓱하니 피기가 가셔져버렸다. 명심은 자기의 심정을 미루어 지금 그가 얼마나 괴로와하겠는가를 짐작했다. 명심은 1년나마 문헌조사를 한데 불과하지만 석홍범은 오래전부터 고심참담한 탐구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른 연구사들이 당하는것보다 그는 몇갑절 더 큰 실망과 절망을 느낄것이다. 석홍범의 볼편이 떨리더니 울대뼈를 깎는듯 한 아츠러운 신음이 입밖으로 새여나왔다.

긴장이 흐르는 정숙한 분위기속에서 울리는 그 신음소리는 여러사람의 귀에 들리였다. 뭇시선들이 그에게 쏠리였다.

연단을 내려서던 림수봉도 그 모습을 보았는지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연구과제를 철회하고 연구집단이 해산된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주저앉아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동안 정열적인 노력을 기울여서 방대한 량의 문헌조사를 하는 과정에 연구사들의 자질이 한계단 높아졌다고 볼수 있습니다. 탐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석홍범동무를 비롯한 연구집단은 고도기술을 자랑하는 나라들에서 만든 초고압유압프레스의 기술공학지식을 충분히 터득하였습니다. 이번에 동무들이 쌓은 그 지식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문제들을 연구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것입니다.》

실망에 잠기는 연구집단성원들에게 분명 위안과 고무를 주려고 그렇게 말할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고무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반발심을 자아내는 역설로 들리였다. 책임적인 과학지도일군인 림수봉으로서야 이 마당에서 어떻게 하나 연구과제를 성사시킬수 있는 그 무슨 대책을 세워주어야 할것이 아닌가. 그런 값눅은 위로나 상식적인 고무는 누구나 할수 있을것이다.

양명심은 오늘의 모임을 이상으로 끝낸다는 기계공학연구소 소장의 석쉼한 목소리를 꿈결에서처럼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술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그는 일어설줄 몰랐다. 전신의 맥이 탁 풀리여서 꼼짝하고싶지 않았다. 연구집단의 한 성원으로 되였을 때 희망과 포부는 얼마나 컸던가? 연구사업의 첫걸음을 떼면서부터 고도기술에 속하는 연구과제에 망라된것이 무엇보다 기쁘고 긍지로왔다. 남들이 밟아야 했던 성장의 로정을 훨씬 뛰여넘은 앞선 계선에서 과학자로서의 첫출발이 시작된다고 여겨졌다. 그리하여 불타는 정열을 여기에 다 바쳐왔다. 사랑하는 박치영에게 회답을 쓰는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리는 때가 있었다. 그렇게도 심혈을 기울여왔으나 연구사업은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해보지도 못하고 좌절되였다. 가슴속에서 설음이 북받쳤다. 이제 어쩌면 좋을가? 불현듯 박치영의 얼굴이 눈앞에 그려졌다. 금속공학연구소로 옮겨와서 가정을 이루자던 그의 곡진한 말마디들이 귀가에 쟁쟁했다. 일이 이렇게 된바치고는 그의 말대로 영림으로 옮겨갈 결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가? 어쩐지 그렇게 되면 사랑과 가정의 행복은 누릴수 있겠지만 과학적포부와 희망은 잃어버릴것 같았다. 금속공학연구소에도 수학전문가의 몫이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기계공학분야에서처럼 자기의 존재가 절실할것 같지는 않았다. 기계공학연구소에서 이미 터를 잡은 자기의 위치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크기때문에 그렇게 생각되는지도 모른다. 명심은 자기 생활의 앞길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갈림길이 가로놓여있다는것을 애달픔속에서 의식하였다.

갑자기 땅이 꺼질듯 한 한숨소리가 들리였다. 버쩍 정신이 들어서 머리를 들어보니 장내에는 자기 말고 또 한사람이 그대로 앉아있었다. 석홍범이였다. 흰 살결과 부드러운 선으로 륜곽을 그린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덮이였다. 숱진 눈섭밑에서 언제나 청춘의 열정으로 불타던 두눈이 지금은 한껏 생기를 잃었다. 이마전에는 론쟁속에 흘리던 땀발의 흔적이 력연했다.

명심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다같이 좌절감과 실망에 사로잡혔지만 그 심각성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을가. 명심은 자기보다 몇갑절 더 상심해버린 그를 위로하고싶었다.

《책임연구사동무.》

잠긴 목소리로 조용히 불렀다. 그랬으나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석홍범은 그 무엇에도 반응할 경황이 없는지 그린듯이 그대로 앉아있었다. 침묵끝에 그는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명심동무, 미안하오.》

무엇을 미안하다고 하는것일가? 석홍범은 마치도 자기의 불찰로 연구집단의 노력을 헛되게 하였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차마 마주볼 면목이 없는듯 머리를 창쪽으로 돌리였다. 다음순간 명심의 가슴이 섬찍하도록 그의 눈에 빛이 가해졌다. 하더니만 갑자기 높아지는 숨결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는 우리 연구집단의 해산을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소!》

《그럼 어쩌자는건가요?》

《부원장을 찾아가겠소!》

석홍범은 찬바람을 일으키며 문밖으로 나갔다. 불같은 충동에 떠밀리운 석홍범은 총총히 기계공학연구소를 나와 반달음을 놓았다. 림수봉의 사무실은 과학원청사 2층에 있었다.

부원장실에 들어선 석홍범은 그 무슨 문건을 읽고있는 림수봉을 보자 불끈 화가 치밀었다. 절망적인 선언을 내리고도 벌써 평온한 마음으로 다른 일에 전심하는 그가 매몰스럽게 여겨졌다. 그닥 미덥지 않던 풋내기연구사들로 무어진 한개 연구집단을 해산해버리는것쯤은 지극히 범상한 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자기가 겪은 괴로움의 몇십분의 일이라도 느낀다면 저렇게 쉽사리 다른 일감을 손에 잡지 못할것이다.

《부원장동지!》

저도 모르게 거친 목소리가 터졌다.

림수봉은 가볍게 놀라며 머리를 들었다. 얼른 돋보기를 벗고 흥분한 기색으로 서있는 석홍범의 낯빛을 살피더니 조용히 눈시울을 내리깔며 가늘게 한숨을 쉬였다. 무엇때문에 찾아왔는가고 묻지도 않았다. 성난 표정에 불손한 태도를 보이며 나타난것을 꾸짖지도 않았다. 한찰나의 침묵끝에 앞상밑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퉁명스레 한마디 던졌을뿐이다.

《저기 앉소.》

석홍범은 한걸음 다가서며 선채로 입을 열었다.

《제가 찾아온것은…》

《알고있소.》 하고 림수봉은 석홍범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허리를 잘랐다. 하더니만 자리를 고쳐앉으며 천천히 뒤를 이었다.

《거듭 말하지만 연구집단을 해산하려는것은 내 혼자의 결심이 아니요. 동무네 연구소 책임일군들과도 이미 충분한 토론이 있었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동무자신도 그 연구과제에 그냥 매달려있을 필요가 없지 않소?》

《초고압유압프레스는 현시기 절실히 필요한 기계입니다. 우리가 아직 그 기계를 개발하지 못했기때문에 련관된 많은 생산이 지장을 받고있습니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기계를 개발해야 합니다!》

《필요한 모든것을 연구개발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우리의 공업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남들이 무엇을 만든다고 하여 당장 우리도 그런것을 만들자고 접어드는것은 어리석은 일이요.》

《만일 기밀장치에 쓰일 바킹재료를 비롯해서 몇가지 재료들을 수입해준다면 우리도 유압공학기술이 앞섰다고 하는 나라의 초고압유압프레스와 짝지지 않는 기계를 만들수 있습니다. 필요한 재료들을 수입해오도록 조치를 취해주십시오.》

《안되오. 재료들을 수입해다가 시제품이나 한대 만들어서는 뭘하겠소. 대량생산에 필요한 재료들을 계속 수입할수는 없소. 바킹재료만 하여도 특수유기합성제품인것만큼 그 값이 엄청나게 비싸오. 그렇기도 하지만 고작해서 그 수명이 수개월밖에 안된다니 한대를 돌리자고 해도 계속 수입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오오.》

석홍범은 침묵했다. 뜻을 두었던 연구과제를 쉽사리 저버릴수가 없어서 재료수입을 제기했을뿐이지 그것이 경제적타산에 맞지 않는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림수봉이 다시 말했다.

《지금 우리 실정에서는 실험조건이나 제작조건이 걸려서 최신과학기술개발과제들이 적지 않게 애를 먹고있소. 그러나 나라사정이 그런걸 어찌겠소.

현재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유압기계들, 례하면 유압동발이나 유압기중기, 유압굴착기와 같이 중간압력상태에서 동작하는 기계들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사업에 자기의 지식을 지향시키시오.

그러면 동무의 능력을 가지고 쉽게 성과를 거둘수 있소.》

괴로운 상념속에 림수봉의 말을 잠자코 듣고있던 석홍범은 서서히 머리를 들었다. 어느 정도 진정과 타당성이 느껴지는 권고였으나 그대로 수긍할수 없는 점이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물론 인민경제의 현행생산에서 걸린 문제들을 푸는데 연구사업을 지향시키는것은 옳습니다. 그러나 실험조건이나 제작조건이 어렵다고 해서 첨단기술개발을 외면한다면 우리 나라의 과학이 언제 세계적으로 앞선 수준에 도달하겠습니까?》

림수봉은 전혀 예상치 않았던 질문을 받은듯 했다. 저으기 긴장한 표정으로 마주보더니 한개 연구사와 나라의 과학지도방향에 대한 원칙적문제를 론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으로 화제를 돌리였다.

《그래 동무는 초고압유압프레스개발을 위한 연구사업을 계속할 생각이라는데 걸린 문제를 풀수 있는 자기딴의 착상이나 구상을 가지고있는게 있소?》

석홍범은 가장 아픈 곳을 찔리운듯 했다.

《아직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문헌조사를 해온 집단의 지혜를 모아 연구를 계속하면 무슨 방도가 생기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승산의 실머리도 없이 연구사업을 계속하겠다는거야 허망한 일이 아니겠소. 동무네 집단에서 물리학분야를 담당했던 동무는 며칠전에 8축전기기관차개발에 파견되는 과학자돌격대에 보내달라고 제기해왔소. 몇몇 다른 동무들과도 담화를 해보니 지금껏 탐구를 해온것이 아쉽지만 다른 과제에 망라되기를 원하고있소.》

석홍범은 뜻밖의 타격을 받았다. 이즈막에 이르러 동료들속에서 실망의 그늘이 떠도는것을 감촉하기는 했으나 자기의 면전에서 연구집단을 뜨겠다고 말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아무리 애로와 난관이 겹치여도 끝까지 자기와 함께 연구사업을 계속할 결심만은 확고하리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지도일군들앞에서 드러내보인 일부 연구사들의 내심은 달랐다. 엄청난 배신을 당한듯 한 모멸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석동무.》

림수봉의 조용한 부름소리에 석홍범은 짓숙였던 머리를 들었다.

《인민경제의 현행생산에 필요한 과학기술적문제들을 푸는 동시에 전망적인 목표를 점령하는것은 지난번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세운 방침이요. 그런데 첨단과학기술지표들을 정작 수행하자고보니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제기되오. 부득불 최첨단과제의 일부 계획은 정무원에 제기해서 조절하는 수밖에 없소. 그러니 동무들이 연구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책임은 지지 않게 될것이요.》

《저는 결코 책임이 두려워서 상심을 하는게 아닙니다. 어떤 추궁과 제재를 받는다 하더라도 연구사업을 성공할수만 있다면…》

격하게 부르짖던 석홍범은 억이 막혀서 뒤를 잇지 못하고 원망의 눈길로 부원장을 바라보았다.

림수봉은 느닷없는 큰소리와 항변적인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였다. 했으나 석홍범의 눈굽에서 핑하니 어리는 눈물을 보고는 타이르는 어조로 말했다.

《동무의 심정은 알만 하오. 그러나 어쩌는 수가 없지 않소?》

과연 어쩌는 수가 없단 말인가?… 석홍범은 막 몸부림을 치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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