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로그인 하시면 표시됩니다.



장편소설 계승자 24   20-08-02
강산   1,377
 

24

 

서정환은 어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를 엄혹한 고난의 세파에 부대끼게 한 인생의 사변들이 대체로 밤에 벌어져서 그런지도 몰랐다. 아들과 헤여져 화물자동차에 짐을 싣고 먼 촌으로 내려갈 때도 밤이였다. 정든 공장로동자들, 키워준 부모의 눈물겨운 사랑을 차버린 아들은 어둠속에 사라지고 자동차는 어느결에 위태로운 산협길을 한줄기 불빛에 앞길을 의지해 달린다. 기복이 가파로운 서켠 산마루에 떠오른 쪼각달이 고뇌와 절망, 말할수 없는 슬픔에 심장을 찢기며 적재함의 짐짝에 등을 붙이고앉은 서정환을 끈덕지게 따라온다.

몇몇 공장사람들과의 어설핀 작별외에는 누구도 심지어 자식마저도 그를 가까이하지 않고 저버렸으나 쪼각달은 그래도 여윈 몸을 돌보지 않고 머나먼 산길에 동정을 아낌없이 베푼다. 억울한 수난자의 비애와 울분의 길을 낱낱이 헤아린 달, 세상의 하많은 불행한 인간들을 동정하고 따뜻이 덥혀주지 못해 애쓰는 달이다.

얇은 구름자락을 걸치고 추위에 떨며 의지할데도 거처할데도 없는 영원한 암흑속에 얽매인 기구한 몸이면서도 밤길에 나선 인간들의 슬픔을 걱정한다.

달은 서정환이더러 쓰라린 고생끝에 밝은 앞날이 현실의 행복으로 차례졌는데도 어찌하여 이 밤중에 가지 삭은 고목처럼 서있는가고 물어보는것 같다.

서정환은 불안에 싸여 시내거리쪽으로 뻗은, 이따금 화물자동차들이 덜컹거리며 지나갈뿐 어둠속에 잠긴 길을 살펴보았다.

초저녁에 재영이한테로 간 순녀는 밤이 깊은 이 시각에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서정환은 더럭 걱정이 들었다. 애당초 순녀는 재영이가 다시는 집에 들어오지 않으며 그 애를 영영 잊어야 한다는 남편의 창끝같이 날카로운 선언을 공포속에 듣고도 좀처럼 믿으려하지 않았다.

순녀는 남편의 이지러진 얼굴에서 인내성과 포옹이 결여된 실책을 그리고 원래부터 아들을 용서해주려하지 않던 아버지로서의 편협한 처사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것이였다. 그리하여 서정환의 설명은 장황해졌으며 그럴수록 남편의 메마른 인정미에 대한 순녀의 의심과 말없는 비난은 굳어졌다.

《그럼 당신이나 가볼게지.》

나중에 분노가 치받쳐 한마디 내뱉은것이 도리여 화를 샀는지도 모른다.

아예 관계를 끊은 녀석인줄 알면서 순녀를 보내다니… 장밤 눌러있을 작정인가? 혹시 어머니로서의 애끓는 정과 피타는 호소가 그 녀석의 서슬푸른 의지를 꺾을런지도 모른다.

초겨울밤의 살얼음을 얼구는 차디찬 바람이 길가의 백양나무 잔가지들을 꺾을듯이 불어친다. 센 바람타래가 지나간 다음에도 백양나무는 잇따르는 잔바람의 여파에 시달리며 와슬랑댄다.

센 바람은 소소리높은 백양나무우듬지우의 어딘가 먼 하늘공간에서 울부짖고있다.

서정환은 오싹 추워나서 어깨를 오그라뜨렸다.

집에 가서 털실쟈케트를 입고나올가 생각하는데 큰 길쪽으로 달려오던 차불빛이 그가 서있는 사이길로 접어들었다.

귀에 익은 자기의 《갱생》승용차 발동기소리였다.

운전사는 길에 나선 행정위원장을 알아보고 급히 차를 멈추었다.

차문을 열고나오는 순녀는 어째선지 몸가눔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황황히 다가선 서정환에게 실신한 사람처럼 안기였다. 그리고 삭이지 못한 원망의 가느다란 비명을 터치였다.

서정환은 온몸의 중량을 자기한테 떠실은 안해의 량어깨를 꽉 붙안고 고통스레 덤덤히 섰다.

그는 구태여 어두운 차안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재영이를 데려오지 못했음을 알았고 안해가 어머니로서 당한 랭대와 모멸을 짐작했다.

폭포수 떨어지는것 같은 안해의 흐느낌소리는 그의 가슴을 얼구었다.

《저, 행정위원장동지… 의사를 데려올가요?》

어찌할바를 모르고 굳어져있던 운전사가 조심스레 묻는다.

서정환은 안해의 어깨를 세차게 흔들었다.

《여보, 진정하오! 밖에서 이러문 되오?!》

그는 한동안 안해의 흐느낌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목갈린 소리로 운전사에게 일렀다.

《일없소. 동문 가보오. 수골했소. 그리구 부탁하는데… 이 일을 남들한테 말하지 말아주시오.》

서정환은 안해를 부축해서 천천히 집쪽으로 걸었다.

순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채 간간이 슬픔을 삼킨다.

《여보… 어쩌면 그 애가… 그렇게 매정해졌어요?… 날 남처럼…》

순녀는 또다시 터져나오는 울음을 억제하지 못해 손으로 입을 막는다.

《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구 그러는가말이예요. 죽으면 죽었지 이 부모와 같이 안살겠다고… 이 어미한테서 꼬물만큼도 도움을 안받겠다는군요.》

《됐소. 우지 마오. 그까짓 못된 짐승새끼를 하나 기른셈치고 깨끗이 잊어버리기요.》

《고아라고 생각하니 맘 편하대요. 장가도 혼자 간다는거예요. 내 원… 어쩌면 좋아요.》

《맘을 가라앉히오. 7년세월 그 녀석때문에 당한 고통이 적어서 그러오? 설사 그런 앨 집에 데려온단들 무슨 살 맛이 있겠소.》

《그래두 재영이는 우리 아들이 아닌가요.… 낳지 않았어도 키운 정을 떼기는 참말 어렵구려.…》

순녀는 구슬픈 탄식을 마치고 한숨을 쉬였다.

서정환은 안해가 재영이한테서 받은 매몰찬 대접으로 하여 어머니로서의 애끓던 정이 어지간히 식어진것이 다행스러웠다.

그는 안해가 재영이한테서 배척받은 분풀이를 자기한테 하면서 애당초 집에 찾아온 애를 내쫓은것이 잘못이였다고 칭원할가봐 속이 걸려있었으나 고맙게도 무난스레 넘어가는것 같았다. 남편의 매정한 처사를 비난하고 책망하는것이 온당치 않고 소용없는 일임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순녀는 남편의 팔굽에 몸을 의지하고서 집으로 가는동안 내내 말이 없었다. 두사람은 아들과 영 헤여졌다는 랭혹하고도 서글픈 인식에 사로잡혀 자식없는 외로움과 고독을 무섭게 느꼈지만 조금도 입밖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부부의 뜨겁고 변함없는 정이면 자식잃은 쓰라린 상처와 쓸쓸함을 메울수 있고 죽을 때까지 무난히 살수 있으리라는 위안을 앞세우고 걸었다.

그래서 서로의 손길과 정이 더 그립고 귀중하게 느껴져 두사람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꽉 부둥켜안고 집으로 갔다.

그랬건만 순녀는 문지방을 넘어서자 아들을 위해 생일상처럼 풍성하게 차려놓은 밥상앞에서 심장이 멎은듯 굳어졌고 설음이 북받쳐올라 터지는 흐느낌을 삼켰다.

서정환은 안해를 부축해서 침대에 앉혔다. 순녀는 지쳐서 모재비로 쓰러져 죽은듯 잠잠했다.

서정환은 순녀가 며칠동안 아들을 위해 꾸린 창가림을 드리우고 노끈으로 된 스위치가 달린 멋진 탁상등이 있는 책상이며 가장자리를 수놓은 하얀 깃을 씌운 침대를 띄여보고는 화가 나서 그 웃방문을 펑 닫아버렸다.

집안은 고요했다.

멀리 신작로로 이따금 지나가는 화물차소리가 창유리를 가늘게 울리고 창고옆의 개우리에서 흐뭇한 단꿈에 시달리는 북슬개의 어리광 비슷한 울음소리가 들리다가 뚝 그쳤다. 그러자 적막은 한층 더 무겁게 드리웠다.

무슨 일감이라도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서정환은 책꽂이에서 《열공학》을 끄집어내여 펼쳤으나 도무지 글줄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겉으로 훑어보며 책장만 번지는데 안해가 침대에서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순녀는 머리매무시를 바로하더니 부엌으로 내려가 더운 국을 떠들고 올라왔다.

《시장하지요? 어서 저녁을 잡숴요.》

서정환은 안해의 갈린 목소리에서 설음이 눅잦혀지고 번민을 밀어버린 본래의 차분한 음성을 느꼈다.

《당신이나 드오. 난 입안이 소태처럼 써서…》

그는 안해를 동정과 고마움의 눈길로 일별하고 다시 책에 눈을 주었다.

순녀는 잠시 섰다가 나직이 한숨을 쉬고는 괴로움을 덜기라도 하듯 남편의 곁에 바싹 붙어앉았다. 그리고는 서정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였다.

서정환은 책을 내려놓고 안해의 눈에서 볼언덕을 타고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만 그치오.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이 있지 않소.》

그는 서서히 샘솟아오르는 오열로 가늘게 떨리는 안해의 연약한 어깨를 끌어안았다.

방구석 어디선가 선잠 깬 귀뚜라미가 똘똘 씨르르- 하고 울더니 다시 잠에 취해버렸다.

두사람은 밤의 적막, 무서운 고요를 지키기라도 하듯 까딱않고 앉아있었다.

《여보, 인젠 자오. 피곤하겠는데 밤이 깊었소. 보오. 열한시가 넘었구만.》

서정환의 다정한 말에 순녀는 물끄러미 창밖을 보며 뇌였다.

《잠잘수가 있어요? 우리한테서 자식이 없어진 날인데 무슨 잠이 오겠어요. 이렇게 앉아 밤을 새자요.》

서정환은 아무말없이 안해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불현듯 창밑의 탁자에 놓인 전화기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두사람은 흠칫 놀랐다.

여느때 같으면 잠든지도 오랬을 이런 밤에 행정위원회에서 전화를 걸어온적은 없었다.

서정환은 송수화기를 들고 무심결에 뇌이였다.

《여보시오.》

《시행정위원장 댁입니까?》

송화기에서 젊고 성량이 큰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그렇습니다.》

《당중앙위원회입니다. 밤늦어 전화걸어 안됐습니다. 김정일입니다.》

서정환은 목이 꽉 메였다.

한참만에야 정신이 들어 례의를 차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 서정환… 입니다.》

순녀는 감격에 겨워 남편의 송수화기를 들지 않은 팔을 꽉 잡았다.

《목소리로 짐작했습니다. 그새 잘있었습니까? 순녀동무도 건강하구요?》

《예, 저희들은… 좋은 집에서… 잘 지냅니다.》

《어떻게 자지 않고있습니까?》

《…》

《나도 어쩐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한테서 오늘 행정위원장동무가 아들을 데리러갔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환동무네와 재영이 생각만 자꾸 나는게 통 잠을 이룰수 없습니다.》

서정환은 입이 얼어붙은것처럼 굳어졌다. 자기가 무언가 까닭모를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것 같은 압박감이 밀려들었다.

지도자동지께서 무엇을 걱정하시고 원하신다는것을… 그래서 이밤중에 자기한테 전화를 거시였다는것을 아프게 느꼈지만 자기로서는 할수 있는것을 다 했다는 위안과 변명의 구실도 잇달아 괴여올랐다. 그런데도 말은 떠듬거렸다.

《제가 곡산공장에… 재영이한테 갔댔습니다.》

《그래 재영이를 데려왔습니까?》

《못 데려왔습니다. 그 녀석은 지난날 우릴 버린걸 잘못했다구 하면서도 같이 살수는 없다는겁니다. 처가 울면서 설복했는데도 자기는 피줄이 다른 고아라면서 뻗대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요?》

《밸대로 하라구 소리치고 돌아왔습니다.》

서정환은 수화기의 고요에서 참기어려운 불안과 긴장을 느꼈다.

《오히려 다퉜구만.…》

그이의 목소리는 시름겨우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저희부부는 그 애 맘을 돌려세우려고 자존심도 줴버렸습니다. 그 녀석의 배은망덕한 짓은 입에 올리지도 않고 되려 내가 다 잘못했다구 머리숙였는데도 그 괘씸한 녀석은…》

《정환동무의 심정을 리해합니다. 재영이한테서 그런 참혹한 배신을 당하고서도… 이제 와서 끌어안는데도 거절당했으니 아버지로서 가슴이 찢기는것 같을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정환동무를 나무람하는것은 정환동무가 재영의 친아버지가 아니기때문입니다. 재영이는 이 사회의 도덕과 의리속에서 벗어나서는 안될 청년입니다. 한 피줄을 나눈 친아버지라면 아들이 어떤 인간이든지, 어떻게 배척하든지간에 할수 있는껏 다 했다고 물러서지는 않을것입니다. 성격이 이지러진 아들을 끝까지 리해하고 고쳐주려고 할것입니다.》

서정환은 어쩐지 기운이 빠져 송수화기를 부여잡은채 안해의 팔에 몸을 의지해섰다.

《정환동무, 내 말이 지나치다고 생각할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함께 친부모된 심정에서 재영이를 리해해봅시다. 재영이는 큰 맘 먹고 찾아가 아버지한테 용서를 빌었지만 받아주지 않으니 삶을 포기했습니다.

자기를 키워준 부모를 배척한데서 오는 죄의식, 도덕적저렬감을 깨달은데서부터 자기가 이 사회에서 버젓이 살 자격이 없다는 부끄럼과 수치감때문에 그런 비장한 각오를 했을수 있습니다.》

서정환은 의리도 모르고 제 살 궁리나 했을 아들의 단순하고 리기적인 속내가 이렇듯 심각한 정신적깊이를 가지고 압박해오는데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끼였다.

《사람이 죽을 고비에서 살아나게 되면 만사태평하거나 랭담해져서 삶의 이전 관계들을 죄다 부정하거나 무시하고 전혀 딴 사람이 될수 있습니다.》

서정환은 어쩐지 따스하고 부드러운 인간미의 향취가 어린 그이의 말씀을 자꾸만 듣고싶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한 청년의 정신도덕적면모에 대한 그런 해부학적인 분석에 스스로도 가슴이 아프신듯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였다.

《정환동무는 보이라에 가서 누구 다른 사람을 만나봤습니까?》

《보이라기관장동무를 만났댔습니다. 그 사람도 말하고 제가 보건대도 재영이가 일을 잘하는것 같습니다. 이젠 보이라직장에 퍼그나 맘을 붙이고 안정되였다고 합니다. 재영인 아직 보이라기관장네 집에서 살고있는데… 기관장이 사람이 좋아보이는게… 저도 돌아오면서 한편으로 그 애가 괜찮은 사람한테 몸을 붙였다고 다행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서정환은 그이의 걱정을 덜어드리려고 말했으나 지도자동지께서는 조금도 마음놓여하지 않으시였다.

《재영이가 있을데 없어 또 다른 사람한테 몸을 붙이다니… 그걸 다행스럽게 여긴단말이지요.

정환동무, 그런 다행스러움은 아들과 정을 참말로 끊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니겠습니까. 주위사람들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자식의 그런 생활에 대해 가슴아파하고 맘을 놓지 못하는것이 친아버지의 정일것입니다.》

서정환은 그이의 예리한 분석앞에서 친아버지의 감정이 조금도 없는 자기의 어두운 속내를 드러내게 되여 부끄러움과 당혹감을 금할수 없었다.

《정환동무, 내 부탁하는데 어떻게 하든 재영의 친아버지가 되여 그 애를 품에 안아주십시오.》

무등 속타하시는 그이의 진정이 흘러넘치는 말씀은 서정환의 목을 메게 하였다.

순녀가 곁에서 흐느껴 울었다.

그이께서는 순녀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신듯 잠시 지나 갈린 음성으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재영이가 양부모를 배척할 때 심정은 참 복잡했을겁니다. 어린 나이 청년이니 편협한자들의 조치와 당의 진정한 손길을 갈라볼수 없었겠지요. 제 안일을 추구한것도 있었겠지만 보다는 피줄이 아니라 사상적으로 옳은 길을 가겠다는 결심이 있었던겁니다.》

서정환은 그이의 심오한 분석에 끌려들어 다음말씀을 기다렸다.

《그렇게 놓고보면 정환동무는 재영이와 사상이라는 한피줄로 이어졌다고 볼수 있습니다.

왜 그런가하면 정환동무는 일생동안 당의 사상을 생명으로 삼고 당을 받들어 견결히 살아왔습니다. 사상을 피보다 진하게 여겼기때문에 희생된 공장로동자의 어린 아들을 데려다 길렀습니다. 친부모의 피줄은 이어줄수 없었어도 어린 재영이를 자기 부모의 뜻을 이어 당을 받드는 참된 후대로 키울려고 맘먹었기때문이 아닙니까.》

서정환은 그이의 깨우치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깊은 자책에 휩싸였다.

전쟁의 그 준엄한 시기에 한갖 살붙이자식이 없어, 고아로 된 아이를 동정해서만 집에 데려온것이 아니였다.

수령님을 위해, 조국을 위해, 당의 사상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직장로동자의 충의를 고결히 여기며 그 아들을 친자식으로 사랑하게 된것이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동안에, 평화적건설이 계속되고 공포와 슬픔과 죽음같은 고통의 감정대신 즐거움과 기쁨, 행복을 례상사로 여기게 되는 일상생활의 평온속에 어느결에 라태와 안일과 보신이 머리속에 곰팽이처럼 자라게 된것이 아닌가.

그래서 남의 자식을 키우는 초기의 숭고한 목적은 잊어버리고 부모를 돌보지 않고 달아났다고 의리없다고만 리기적으로 단순히 치부해버린것이다.

송수화기를 틀어쥔 서정환의 손이 떨렸다.

그는 메마른 자기에게 친혈육의 뜨거운 감정을 부어주신 그이에 대한 감사의 정에 목메여 부르짖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오늘에야 저는 사상이 피줄보다 뜨겁다는걸 깨닫는것 같습니다. 우리 가정일로 더는 근심 마십시오. 제 기어이 재영의 친아버지구실을 하겠습니다.》

《정환동무의 솔직한 고백을 들으니 기쁩니다. 친부모로 되는 길이 결코 수월하지 않지만 우리 함께 그 길을 갑시다. 부모들마다 그렇게 산다면 가정들에서 우리 당의 사상의 피줄을 이은 젊은 세대들이 불행없이 굳건히 자라날수 있을것입니다.》

서정환은 그이께서 전화를 끊으신 다음에도 송수화기를 놓지 못하고 굳어져있었다.

후대에 대한 숭고한 사명감을 지니신 그이의 사상과 인정의 크나큰 세계속에 서정환은 푹 젖어있었다.

 
 
 
Total 8,085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한시애틀을 모략한 동아일보는 사죄하라! (4) 강산 08-01 84114
공지 통일운동은 북을 바로 아는 것이 그 시작이다 (12) 강산 05-25 88097
공지 훈민정음 서문 현대어로의 번역 (3) 김박사 12-31 86626
8085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46 강산 09-29 64
8084 대진연 "여성해방운동을 힘차게 벌여나가자" (1) 강산 09-29 54
8083 서해의 날바다우에 솟아난 자력갱생의 창조… 강산 09-29 57
8082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45 강산 09-28 82
8081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44 (1) 강산 09-27 96
8080 실종 공무원의 북영해 피살에서 뭔가 생산적… 이흥노 09-27 27
8079 인간의 가치에 대한 생각 강산 09-27 76
8078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43 강산 09-26 75
8077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42 강산 09-25 110
8076 [민족통신 논평] 조선의 위대함을 보여준 김… 강산 09-25 275
8075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41 강산 09-24 108
8074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40 강산 09-23 106
8073 물이 차오르는 지하 세방, 그리고 김련희 선… 강산 09-23 248
8072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9 강산 09-22 84
8071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8 강산 09-21 89
8070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7 강산 09-20 134
8069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6 강산 09-19 133
8068 나라의 쌀독을 가득가득 채워 우리 원수님께 … 강산 09-19 150
8067 유럽의 코비드19 재폭발과 인류의 미래 강산 09-18 135
8066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에 새집들이경사가 … 강산 09-18 123
8065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5 강산 09-18 102
8064 [김웅진 칼럼] 조선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 강산 09-18 151
8063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4 강산 09-17 124
8062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3 강산 09-16 152
8061 존경받는 《꿀벌박사할아버지》 강산 09-16 191
8060 [황선 칼럼] 나는 왜 반미하는가 강산 09-16 207
8059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2 강산 09-15 166
8058 [김웅진 칼럼] 진보진영은 지뢰밭과 음모론에… 강산 09-15 258
8057 깜빠넬라가 그려본 리상향 강산 09-14 112
8056 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31 (1) 강산 09-14 151
 1  2  3  4  5  6  7  8  9  10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수집거부  |   온라인문의
    Copyright © www.hanseattle.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