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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선의 아침 제8회   20-01-19
강산   479
 


제  2  편

 

                                  심장에서 심장에로(저자)

 

제  1  장

 

아직 해뜨기전이여서 희밋희밋한 늦어둠에 묻힌 들은 고요하였다.

흰안개가 굼실굼실 피여오르는 보통강상류기슭의 마을입구에 이르자 승용차안으로 들크무레한 들의 훈향에 섞여 구수한 두엄내가 풍겨온다.

포연속에서도 숙지 않는 우리 나라 농촌 새벽의 특유한 냄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토색적인 냄새가 더없이 정답고 친근하게 느껴지시였다.

며칠째 밤낮을 이어 전선종심구분대들과 군수공업기지들을 돌아보시느라 몰렸던 피로가 순간에 가셔지는것 같다.

그동안 김일성동지께서는 여러 군부대들을 지도하시면서 동서해안과 전선전반에서 감시정찰과 경계근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대책적인 문제를 제시하시였고 조선인민군 련합부대 및 중국인민지원군 지휘원, 정치일군들을 만나시여 각 병종간의 협동동작을 잘하며 전연부대들에서 갱도식방어진지를 더 잘 꾸리고 전투행동을 적극화할데 대하여 지시하시였다.

그 드바쁜 속에서도 프로레타리아국제주의와 우리 인민의 투쟁에 대한 론문을 집필하여 세상에 발표하시였다.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사업을 현지지도하시고 그날 인민군총정치국 기관지인 《조선인민군》신문을 민족보위성기관지로 고칠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시였다.

열사흘전에는 과학자대회를 소집하시고 전쟁승리와 인민경제의 복구건설을 다그치기 위하여 과학기술분야에서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들을 밝히시고 과학원을 내올데 대하여 가르쳐주시였다.

5월 1일에는 담박골의 크지 않은 운동장에서 인민군체육단 녀자배구선수들의 경기를 보시고 체육에서도 세계강자들을 타승하고 영웅조선의 기상을 시위하라고 고무하시였다.

뒤미처 소집한 내각 제9차전원회의에서는 전시로동행정사업과 사회보장사업을 개선강화하고 1952년도 춘기파종사업을 성과적으로 끝내기 위한 대책적문제들을 토의하시였다.

어제는 농민들에게 부족한 종곡과 사료를 대여할데 대한 내각지시를 내려보내시였다.

이 문제를 토론할 때 농민들의 미납한 현물세문제가 제기되였다.

문제를 제기한 박정애의 얼굴이 어두워보이셨다.

《장군님, 어제도 황해도에서 실태보고가 올라왔는데 절량세대들이 늘어나고있습니다. 지난해의 미납곡물때문에 걱정하며 애를 쓰는 농민들도 있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심중이 무거우시였다.

지금이 바로 《보리고개》인것이다. 옛적부터 《보리고개》라고 하면 쌀바가지를 긁게 되는것이 보통 현상이라지만 그이께서는 타협하실수 없는 문제였다.

지금의 형편으로서는 허리띠를 조이는것으로 극복한다지만 다음해의 《보리고개》는 어떻게 넘기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바로 이때문에 오늘 새벽 일찍 최고사령부를 떠나오신것이였다. 농민들을 만나 생활형편도 알아보고 마음속 고충도 나눠보시려는것이였다.

차가 원화리에 이르렀을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차를 멈추게 하셨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여 주변산천과 마을을 둘러보시였다.

거밋거밋한 어둠과 설펴지는 안개발 멀리로 동쪽의 왕장산이며 서북쪽의 흑룡산등이 우렷이 형체를 드러내고 보통강의 가지흐름들인 원리천, 림촌강은 새벽빛에 허연 띠처럼 점점 살아오른다.

《장군님, 저 고살길아래에 농가 한채가 보입니다.》

김명수가 야트막한 고개밑을 가리키며 말씀올렸다.

《가보자구.》

김일성동지께서는 달구지바퀴자욱이 난 고살길에 들어서시였다.

멀리서보면 곡식가리처럼 보이는 집은 불빛 한점 없고 내굴을 막느라 헝겊을 칭칭 동여맨 구새굴뚝에서도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

《쉬고있구만. 농번기이고보면 집주인들이 밤늦게까지 들일을 하고 쉬는것 같소.》

《장군님, 제가 주인을 깨우겠습니다.》

《그만두오. 지금은 제일 곤하게 단잠을 드는 때야. 여기서 좀 기다리자구.》

농가가까이에 이르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집주변을 살펴보시다가 수수울바자곁에 무져놓은 묵은 조짚단에서 한단을 내리우고 그우에 앉으시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피곤이 무섭게 밀려든다. 두눈을 감으시였다. 쪽잠이라도 청하고싶으시였으나 정신은 점점 더 맑아왔다. 여러가지 생각이 갈마들었다.

전선형편으로부터 판문점의 정전담판과정까지 더듬으시던 그이의 뇌리에는 지난해 베이징을 비공식방문했을 때 색바랜 후렁후렁한 낡은 중산복을 걸친 모택동이 다소 익살기 섞인 목소리로 뇌이던 말이 떠올랐다.

김일성동지, 사회주의가 보편적진리라는것을 나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100년전에 중국의 오늘의 병을 고칠 약처방을 떼줄수는 없지요. 중국사람의 병은 우리 중국의술만이 고칠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일찌기 중국을 다스리자면 맑스에 전시황을 더해야 한다고 했다가 녕도회의에서 홍군총정치위원자리까지 떼웠댔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일을 상기하며 웃으시였다.

수수울바자밖에 서서 주위를 예리하게 살피던 김명수가 얼핏 이쪽을 돌아본다.

그러고보면 역시 모택동은 혁명가로서 실사구시적인 태도와 안목을 지닌 인물이고 랑만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장군님, 농가에 불이 켜졌습니다.》

불쑥 김명수가 탄성을 지르며 성급히 울바자안으로 달려들어갔다.

《헛 참, 사람두.》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짚단우에서 몸을 일으키시였다.

농가주인인 나이지숙한 녀인이 황급히 달려나와 몹시 황송해하며 인사를 올렸다. 마을 녀맹위원장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녀맹위원장에게서 마을의 실태를 들으시고나서 그와 함께 보리밭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김명수가 어느틈에 알려줬는지 마을세포위원장을 비롯한 일군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시고 보리밭주인이라고 하는 가무잡잡한 얼굴에 인중이 짧은 봉덕농민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저 보리밭에서 보리가 몇가마니나 날것 같습니까?》

구레나룻자리가 푸릿한 봉덕농민이 옹색해하며 두손을 베잠뱅이앞에 모아잡았다.

《장군님, 밭이 200평인데 해마다 4가마니정도 나군 합니다.》

《4가마니?! 요즘 식량형편이 어려운 보리고개인데 령감님, 밀보리현물세를 그만두고 다 먹으라고 하면 조를 벨 때까지 댈수 있습니까?》

김일성동지의 다심한 물으심에 황송스럽게 서있던 봉덕농민의 얼굴에 벙싯이 웃음이 깃든다.

《밀보리심은걸 모두 합치면 호당 평균 1,000평가량씩 됩니다. 제소견같아서는 500평이상 심은 집은 현물세를 내구 그 이하 심은 집은 내지 않으면 조를 먹을 때까지 댈수 있을것 같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렇다면 밀보리현물세를 그만두게 합시다. 공연히 달랬다주었다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각에서도 토론이 있었는데 나라에서는 미납된 현물세도 면제해주려고 합니다.》

봉덕농민이 너무도 감심되여 두손을 잡았다폈다하며 몸둘바를 몰라했다.

《?!…》

김일성동지께서는 뒤켠에 서있는 리일군을 돌아보시였다.

《지난해 마을에서 가족 매사람당 평균수확량이 얼마나 되오?》

《쌀로 환산하면 300키로그람정도 됩니다. 일부 전재농민, 전재이주민들과 후방가족들속에서는 더러 180키로정도나 그보다 못한 세대도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수첩을 꺼내시여 하나하나 적으시고나서 벌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저 밭에는 벌써 씨를 뿌리기 시작했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시원한 벌바람을 맞으시며 전야를 부감하시였다.

《예, 저 암치네벌은 어제까지 파종을 끝냈습니다. 오늘부터 석암벌과 림촌벌에 달라붙기로 작정했습니다.》

이날 김일성동지께서는 원화마을 농민들과 함께 계시면서 그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의 소박한 말을 들으며 사색을 이으시였다.

(바다물은 다 마셔봐야 짜다는걸 아는것이 아니다. 한모금이면 된다.

우리 나라 농촌의 현실… 농촌이 나래쳐야 전선에 봄이 온다.…)

농민들은 암치네벌옆의 둔덕진 곳에서 고무래를 들고 모자리판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바소쿠리지게에 져온 모들… 젊은 아낙네들이 아슬아슬한데까지 걷어붙이고 죽가래로 빈대질까지 하는것이 대견스러우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밭머리에 총대처럼 서서 두릿거리는 김명수네들을 돌아보시였다.

《모두 군복웃저고리를 벗소. 우리도 농민들이 밭벼 씨뿌리는걸 도와주기요.》

그이께서는 웃옷을 벗으시고 곁에 선 봉덕농민에게서 긴 호미가락을 받아 잡으시였다.

긴호미로 거름더미를 쿡쿡 누르시여 부드럽게 끄신 다음 재삼태기에 담아들고 고르롭게 밭고랑에 놓아나가시였다.

《명수, 내 하는대로 따라 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농민들과 부관들의 일솜씨를 눈여겨보시다가 씨앗바구니 하나를 받아드시고 봉덕농민옆에 서시였다.

《로인님이 씨뿌린 이랑과 내가 씨뿌린 이랑을 말뚝을 박아 표시해두었다가 가을에 어느 이랑의 밭벼가 잘되였나 한번 봅시다.》

봉덕농민은 황송하여 그냥 뒤켠으로 따라선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봉덕농민을 돌아보시였다.

《로인님, 집안에 자식들은 몇이나 됩니까?》

《장군님, 저의 집 래력이 대대로 자손이 밭은 가문인데 외동딸 하나가 전선에 나가있구 지금은 령감, 로친이 방을 지키고있습니다.》

《그래요? 고이 기른 외동딸이 군대에 나가있다? 정말 장한 일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 머리를 끄덕이시자 봉덕농민은 잠시 일손을 멈춘다.

《그 애레 지난해 봄 억지다짐을 해서 탄원해나갔습니다.》

《군대에서 무슨 일을 본답니까?》

《편지가 몇번 왔는데 그저 중한 일을 본다구만 썼지 어디서 뭘하는지는… 로친은 말끝마다 걱정타령입니다.》

봉덕농민의 얼굴에서는 섭섭한 기색이 떠돌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관심어린 어조로 물으시였다.

《로인님, 우편함번호를 기억하십니까?》

《예, 제가 늘 가지고다닙니다.》

봉덕농민은 웃저고리 안섶에서 야전우편엽서를 꺼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너무 자주 꺼내보아 가녁에 보풀이 일대로 인 편지봉투를 유심히 들여다보시였다. 부대 우편함번호와 함께 《김상금》이란 이름이 눈에 안겨드시였다. 글씨가 또글또글한게 영민한 처녀군인의 모습이 련상되시기도 한다.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허. 로인님, 글씨가 여간 여물지 않습니다. 김상금이라… 이건 비밀이지만 로인님에게만은 알려드려야겠군요. 우편함번호를 보니 따님은 전선동부에서 싸우고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봉덕농민의 입가에 벙글써 웃음이 피여올랐다.

《얼마나 좋습니까. 따님은 전선에서 싸우고 부모들은 후방에서 헌신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참만에야 허리를 펴시고 옆이랑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김명수를 돌아보시였다.

《명수동무, 밭고랑을 깊이 째오. 흙덩이들은 부드럽게 부스러뜨리고.

그래야 가물도 이길수 있고 씨앗도 잘 나와. 알만해?》

《장군님, 걱정마십시오. 이제 제가 심은 이랑의 수확고를 보십시오.》

승벽이 센 김명수의 소리에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으시며 봉덕농민에게 말씀하시였다.

《파종을 빨리 시작하길 잘했습니다. 옛날에는 뻐꾹새가 울어야 밭갈이를 시작했는데 우리는 좀 일찌기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곡식도 잘 여물고 적은 로력으로 파종도 제때에 할수 있습니다.》

점심참에는 밭머리에서 농민들과 둘러앉아 푸실푸실한 조밥도 나누시였다.

농민들의 일손을 돕느라 땀을 뽑으시여서인지 누런 조밥을 달게 잡수시던 김일성동지께서 봉덕농민을 돌아보시였다.

《그래 일손들이 딸리지요?》

봉덕농민이 두손을 모아잡고 일어섰다.

김일성동지께서 거듭 만류하시여서야 도로 조밥 등속이 놓인 베보자기앞에 엉거주춤 주저앉으며 공손히 대답올렸다.

《장군님, 젊은이들이 다 전선에 나간 연고로 그저 아낙네들을 휘동해가지고 저마끔 땀을 뽑고있습니다.》

《예, 오늘의 농촌현실이 어려운건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시간이 바쁘지만 우리의 성실한 농민들을 만나보려고 짬을 냈습니다.

예로부터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했지요.

식량증산의 길이 곧 전쟁승리의 지름길입니다.

쌀생산이자 그게 곧 미제놈들을 되게 답새기는 큰 사업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당은 후방도 전선이라는 구호를 내놓은것입니다. 쌀더미가 높아지면 승리도 그만큼 당겨지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수저를 놓으시고 녀맹위원장을 돌아보시였다.

《녀맹위원장동무, 소겨리반, 품앗이반을 무어 힘을 합쳐서 서로 도와 일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다섯내지 여섯집씩 소 한마리를 공동으로 사서 소겨리반을 뭇고 품도 서로 나누어가며 일하면 좋을것입니다. 서로 힘을 합쳐 일하면 일도 헐하고 긴장한 로력문제도 풀수 있습니다.》

《장군님, 지당한 말씀입니다. 농민들과 토론해보겠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부터 소겨리반과 품앗이반을 무어 미국놈들을 치는 심정으로 식량증산에 나서겠습니다.》

둘러앉은 농민들의 활기에 찬 모습을 지켜보시는 김일성동지의 눈가에도 따뜻한 색조가 비끼였다.

《오늘 우리 인민은 단합된 힘으로 날강도 미제의 목대를 분지르는 이 전쟁을 이겨내고있습니다.

우리가 또다시 조국을 잃고 망국노의 처지에 빠질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조국애로 불타는 뜨거운 심장을 지니고 전쟁승리를 위한 길에 나서야 합니다.

소겨리반, 품앗이반을 거쳐 장차 농업협동조합을 조직해야 우리 농민들이 잘살수 있습니다.》

봉덕농민이 또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군님, 그 말씀을 명심하고 우리 원화마을에서 먼저 첫 협동조합을 꼭 조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농민들의 심정을 그토록 자상히 알아주시니… 현물세도 면제해주시고… 실로 감지덕지합니다. 힘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우리 농사군들은 쌀로 이 전쟁을 뒤받침하면서 장군님을 받들겠습니다.》

오후 한겻도 밭에서 일을 하시고 농민들과 헤여질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봉덕농민에게 손을 내미시였다.

《로인님, 그럼 가을에 다시 만납시다.》

《장군님, 손에 흙이 묻어서…》

봉덕농민이 손을 뒤로 가져가며 몸둘바를 몰라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당겨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흙이 묻으면 어쨌다는겁니까? 로동의 손, 창조하는 손이 이세상 제일가는 보배손입니다. 로인님, 주권을 틀어쥔 이 손을 자랑하십시오.… 그런데 손이 왜 이렇게 험합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터갈리고 상처자리가 무수한 봉덕농민의 한손바닥을 들여다보시며 낯빛을 흐리시였다.

봉덕농민이 송구해하자 녀맹위원장이 한발 나섰다.

《장군님, 봉덕아바이의 손에 사연이 있습니다.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봉덕아바이는 마을당원들과 함께 창고의 량곡을 이동할 임무를 받았는데 마감무렵에 미군과 〈치안대〉놈들에게 잡혔습니다. 놈들은 봉덕아바이를 새로 지은 면위원회사무실에 끌고들어갔습니다. 〈치안대〉놈이 지붕에서 공화국기를 내리워오자 미군장교놈이 아바이에게 그걸로 피자욱이 랑자한 마루바닥을 닦으라고 호통쳤습니다. 봉덕아바이는 그렇게 할수가 없어 놈들의 눈을 속이면서 공화국기를 한손등우에 올려놓고 다른 손바닥으로 갓 깐 터실터실한 널판자우를 북북 밀어나갔습니다… 이걸 눈치챈 미군장교놈이 군화발로 짓밟아…》

김일성동지께서는 아픈 시선으로 봉덕농민의 손을 들여다보시였다.

《로인님, 정말 장하십니다. 피로써 조국을 받든 그 손으로 오곡백과를 가꾸고 미제를 타승합시다. 나는 원화리농민들을 믿겠습니다.》

부풀어오른 대지에 봄훈향이 꽉 차흐르던 준엄한 전화의 나날에 이 원화마을과 깊은 인연을 맺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전후에도 수십차례나 잊을수 없는 이 고장을 찾으시였고 《명예농장원》이 되시여 실농군의 심정으로 농장살림살이를 각근히 보살펴주시였다.… 농장의 첫 관리위원장이였던 봉덕농민의 외손녀가 80년대부터 그 사업을 넘겨받았다.

요컨대 우리 수령님의 헌신의 자욱들에는 인민에 대한 사심없는 사랑이 용암처럼 굽이쳤기에 만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강산을 움직여 전쟁이면 이기는 전쟁이요, 건설이면 전인미답의 사회주의건설을 승리적으로 다그칠수 있은것이였다.

김일성동지의 이 한량없는 사랑은 과연 어디에 뿌리를 두었는가?

저 드넓은 대지인가?

삼천리강산에 뻗어내린 백두대산줄기인가.

억년 마를줄 모르는 천지의 물줄기인가…

가시는곳마다 사랑의 전설이 엮어지고 옮기시는 걸음마다 기적이 솟아나고 가리키시는 손길따라 전변의 력사가 새겨지지 않았던가…

세월이 흐른 뒤 김명수장령은 전화의 나날 우리 수령님께서 찍으신 전승업적의 위대한 자욱들을 감회속에 되짚어 걸으며 이런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였다.

하지만 아직은 1952년 늦봄이였다.

 
강산 20-01-19 01:57
 
(위에서 계속)


×

 

군부대지도를 나가시였던 김일성동지께서 저녁녘에 건지리에 도착했을 때 담박골 최고사령부마당에서는 긴장한 낯빛의 남일과 최용건, 박정덕장령이 초조하게 기다리고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군용신에 묻은 흙을 탕탕 발을 굴러 터시며 부드러운 눈길로 세사람을 바라보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오늘 미극동군사령관이 교체되였습니다. 마크웨인 클라크대장이 임명되였다고 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더니…》

《예?…》

남일이 의아해서 눈섭을 꿈틀거리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을 홱 내저으시였다.

《아니요, 그저 해보는 소리요. 클라크의 임명은 이미 4월말에 결정된거요. 들어갑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집무실에 들어가시자 창문을 여시고 벽을 가리운 작전지도를 얼핏 올려다보시였다.

《클라크… 다들 알겠지만 제2차세계대전후에 오스트리아주둔군 사령관을 하면서 쏘련의 꼬네브원수와 함께 오스트리아를 중립화할데 대한 협정을 놓고 외교전을 벌려 한때 인기를 올렸던자요.

박정덕동무, 어떻소? 이번에 릿지웨이가 서천기습상륙작전을 시도했다가 동무네한테 혼쌀이 났지. 그게 릿지웨이의 마지막발악으로 되고말았소. 새로 교체된 클라크가 이제 릿지웨이를 대신해서 어떤 전략으로 나올것 같소?》

박정덕은 일순 당황한 표정으로 일어섰으나 인차 눈가에 랭철한 빛이 번쩍였다.

《장군님, 클라크는… 이딸리아진공작전시 5군사령관으로서 공중압력에서 재미를 본자입니다.

미군이 씨칠리아섬을 점령한후 본토에 상륙할 때 도이췰란드군의 저항에 부딪치자 수백대의 비행기로 로마시에 대규모의 폭격을 가했습니다. 결국 이것이 이딸리아지배층의 동요와 불안을 조성하여 움베르또 엠마누엘 제3세로 하여금 무쏠리니의 퇴진을 요구하게 했습니다.

장군님, 저는 지상작전에서 실패한 릿지웨이를 늘 비판적으로 대한 그가 전선에 대한 강력한 공중타격에 철저히 의거하리라고 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를 일으시며 박정덕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박정덕군단장의 분석이 정통을 찌른것 같소.

클라크로 말하면 여태 전쟁판에서 굴러먹은자이고 숙보아서는 안될 작전가라는걸 잊어서는 안되겠소.

그자는 유명한 쌀레르노와 안지오상륙작전을 지휘하여 까지노의 견고한 진지를 탈취함으로써 로마에 입성한 실전경험도 가지고있소.

참, 보위상동무, 그때 릿지웨이가 항공륙전사단장으로 클라크의 지휘밑에 있지 않았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황포군관학교때 주은래에게서 들었는데 클라크의 아버지 챨스 클라크가 미륙군대학에서 소좌를 달고 교관으로 있을 때 맥아더가 그의 수제자로 집에도 자주 다녔다고 합니다. 아마 젊은 클라크가 맥아더의 영향도 많이 받았는가 봅니다.》

《미국의 전쟁광신자들이 다 조선전쟁에 머리를 들이미는가 보오… 공중작전과 상륙전의 대가라.

박정덕동무, 이걸 놓치지 말아야 해… 동무에게 특별히 주는 임무요. 이 측면을 류의하면서 서해안지구만이 아니라 전선전반을 깊이 연구하여 아군의 작전방안을 만들어 보고하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박정덕을 유심히 바라보시였다.

아마 서해지역과 평양방어를 맡은 박정덕으로서는 전전선에 걸치는 작전방안연구문제가 뜻밖일수도 있고 직무한계를 멀리 벗어난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 장령의 눈가에는 전혀 놀란 빛도 새삼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두뇌와 심장이 강철같은 사나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박정덕이 새로 받은 《윌리스》차앞에서 머뭇거리자 김명수가 들고온 네모나게 포장한 물건을 그에게 넘겨주시였다.

《자, 이것도 받소. 신형〈오리온〉라지오요.

군사적판단력도 정세에 밝아야 더 높아지는 법이요. 정치정세도 놓치지 마시오. 전번 서천기습상륙전투의 교훈이 무엇인가? 지휘관이 모든 측면에서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있을 때 그 어떤 불의의 정황도 성과적으로 타개할수 있다는거요.》

박정덕의 눈가에 뜨거운것이 맺혀 파들거렸다.

《장군님의 의도를 명심하겠습니다.》

《음… 그리고 이젠 전투장에 마구 뛰여들어 모험하는 놀음을 하지 마오. 전번 서천전투때는 기관단총을 들고 전사들과 함께 돌격했다면서?…》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남일과 박정덕이 떠난 다음 김일성동지께서는 최용건보위상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오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창가에서 무엇인가를 손에 드시고 최용건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보위상동무에게도 내 오늘 뭘 좀 줄게 있소. 이걸 보우.》

《아니, 이건 새알이 아닙니까?》

최용건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꿩알이요. 산보를 하다가 저 저수지앞산기슭에서 세알 주어온건데 보위상동무가 한번 깨워보지 않겠소?…》

《예? 제가 말입니까?》

최용건의 눈이 다시한번 커지였다.

《아무리 최고사령부안을 둘러봐야 보위상동무만큼 섬세한분이 어디 있소. 솔직히 말하면 내 일전에도 이러루한걸 주어왔는데 저 김명수네가 망태기를 치고말았소.》

《장군님, 제 꼭 키워보겠습니다. 무슨 중요한 의도가 담겨진것 같은데…》

《아니, 의도는 무슨 의도… 전화에 불탄 이 땅에서 새들마저 깃을 찾기 힘들어하지 않소.

이 꿩알도 실은 어미잃은 외로운것들이요. 조국산천이 불에 타고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괴로운 어조로 나직이 뇌이시였다.

《?!…》

최용건은 머리를 짓수그리고 자기의 손바닥에 놓인 얼룩덜룩한 조그마한 꿩알들을 오래도록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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