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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선의 아침 제3회   20-01-14
강산   1,129
 

제  3  장

 

김일성동지께서 형제산아근에 자리잡고있는 74군단지휘부 작전실을 나서시였을 때는 벌써 석양무렵이였다.

그이께서는 몹시 지치시였으나 군단직속 주변구분대들을 더 돌아보시고나서야 통신결속소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새벽부터 함께 동행한 리을설, 김명수들은 정력이 넘쳐있었지만 최용건과 군사위원 차국천은 몹시 힘들어하는 기색이였다.

말을 타고 군단관내의 여기저기를 앞장서 달린 박정덕이만이 온 몸에서 더운 김을 확확 내뿜으며 혈기왕성해서 돌아쳤다.

34살이라는 젊음도 젊음이려니와 싸움군다운 포착과 감각이 대단히 예민했다.

일행이 룡악산근방에 이르렀을 때였다.

문득 말을 타고 선두차보다 앞장서 달리던 박정덕이 홱 돌아서서 웨쳤다.

《최고사령관동지, 적기입니다!》

박정덕은 숨가쁜 소리를 내지르더니 무작정 운전사에게 자기를 따를것을 명령했다.

박정덕의 눈에서는 불이 펄펄 일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문을 여시고 서남쪽 하늘을 둘러보시였다.

일행이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은페호에 들어서자 수십대의 폭격기가 광량만쪽에서 불쑥 나타나 하늘을 썰며 돌아쳤다.

《군단장동무!》

김일성동지께서 부르시자 석다산주둔 포병부대장에게 무슨 지시를 주고있던 박정덕이 어줍게 돌아섰다.

《최고사령관동지, 오늘은 하늘이 너무 맑아 위험합니다. 돌아서시였으면 합니다. 놈들이 무슨 냄새를 맡은것 같습니다.》

《강을 건느다 말을 돌려세울수 있나. 박정덕군단장이 앞장을 서니 마음이  든든하오.

자, 그럼 떠나보기요.》

적폭격기떼는 오후에도 두번이나 나타났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통신결속소 퇴마루에 허물없이 앉으시여 담배곽을 꺼내드시였다.

차국천이 얼른 다가와 번쩍거리는 라이타를 켜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국천이 군복웃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으려는 라이타를 얼핏 눈여겨보시며 속으로 웃으시였다.

최현군단장한테서 지난해 봄 들으신 사연이 생각나시였다.

…박정덕이 제54사 사단장을 하던 제2전선활동시기 한번은 적후정찰조의 사전통보에 따라 미군식량수송대를 칠 습격조가 철원남쪽도로에 파견된적이 있었다.

문화부사단장이였던 차국천은 부득부득 우겨 습격조를 따라 갔다.

정찰조의 보고가 잘못되였는지 아니면 사정이 달라졌는지 습격조는 허탕을 치고 밤늦게 그냥 돌아오다가 북한강기슭에서 적순찰대와 조우하여 한차례 전투만 치르었다.

부대가까이에서 몹시 지친 습격조가 눈판에 누워 잠간 휴식할 때였다.

담배를 꺼내들고 군복바지주머니를 뒤지던 차국천이 벌떡 일어섰다.

《왜 그럽니까. 문화부사단장동지!》

습격조를 책임진 전무성중대장이 놀라서 다가왔다.

《여보 중대장, 일이 났소.》

《아니, 뭘 잃었습니까?》

전무성은 군복웃주머니와 메고있던 전투가방까지 뒤지며 덤벼치는 대좌를 의아해서 바라보았다.

《중요한걸 잃었소.》

《예? 무슨 비밀문건입니까?》

차국천은 문득 손을 털고나서 눈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음, 바로 거기서 잃었군.

적순찰대와 조우할 때 내가 바위뒤에 엎디지 않았댔소? 바로 거기에 떨구었소.》

《?!…》

차국천의 눈에 생기가 돌자 전무성은 얼떠름해졌다.

《중대장동무, 내 아무래도 그 강가에 갔다와야겠소. 동무들은 먼저 돌아가오.》

차국천은 전투가방을 도로 메며 혁띠를 조이였다.

전무성은 홱 돌아서서 눈판에 퍼더앉은 조원들을 일으켜세웠다.

《됐습니다. 그리 멀지도 않는데 다 함께 가서 찾읍시다.

동무들, 출발!》

《아, 아니, 여보 중대장동무, 그런게 아니요!》

했지만 습격조는 바람처럼 온 길을 되짚어 달렸다.

그들이 북한강기슭에 도착했을 때였다.

희끄무레한 새벽기류가 감도는 회백색도로에 적군용차행렬이 문득 나타났다. 뜻밖에도 그것은 그들이 목표했던 미8군후속부대 식량수송대였다. 아마 무슨 사정으로 출발이 늦어졌던 모양이였다.

매복위치가 좀 불리하였으나 싸움판에서는 펄펄 나는 전무성중대가 잽싸게 습격전투를 벌렸다. 불의의 기습과 교호사격끝에 전투는 순간에 결속되였다.

조원 한명이 팔에 경상을 입었을뿐 습격조는 로획한 3대의 차에 식량과 예상밖의 의약품까지 싣고 귀로에 오르게 되였다.

전투가 끝날무렵 자리를 떴던 차국천이 헐떡거리며 달려와 전무성의 어깨를 툭 쳤다.

《여보, 중대장, 장하오, 장해! 이런걸 보고 꿩먹고 알먹고 둥지털어 불땐다고 하지. 찾았소, 찾았어!》

차국천은 희색이 만면하여 손에 든 물건을 쳐들었다.

전무성은 눈이 둥그래졌다.

그것은 천만뜻밖에도 새벽빛에 번쩍거리는 자그마한 은빛라이타였다.

군용차운전칸에 오른 차국천은 실망한 눈빛인 전무성을 내려다보았다.

《놀랄건 없소. 이 라이타로 말하면 내가 생명처럼 여기는 귀중품이란 말이요.》

《무슨… 사연이 있는 물건인게지요?》

수송차가 떠나자 전무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차국천은 한참 생각에 잠겨있더니 썩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음. 사연도 있지.

이게 내가 반일투쟁을 할 때 우리 지하조직책임자였던 한 동지를 눈속에서 살려낸 물건이요. 말파리를 타고 홍두산밀영을 나선 박달동무가 말이 얼어죽은 후 눈보라치는 혹한의 밀림을 빠져나올수 있은건 이 라이타때문이요.

그는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요. 서대문형무소로 이송되기 전 한 조직원을 통해 이걸 내게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질 않소. 〈전원의 불길도 한점 불꽃에서 타번진다. 신심을 잃지 말고 혁명을 계속하라. 김일성장군님만 계시면 우리는 바다가 되고 화산이 된다.〉》

차국천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리자 충격을 받은 전무성이 눈길을 들었다.

《문화부사단장동지, 정말 뜻깊은 물건입니다.

제 처음엔 작은 애용품때문에 한개 습격조가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다시 찾기 위해선 온 중대가 기동해도 아깝지 않겠습니다.》

차국천은 눈을 감고 몸을 뒤로 젖혔다.

《고맙소. 오늘도 그 박달동무가 준 라이타덕으로 적 식량수송대가 우리 손에 걸려든셈이요.》

한데 이날 하나의 라이타로 해서 벌어진 사실을 전해들은 72군단군사위원 리승엽은 기세등등하여 군사재판까지 꺼들면서 차국천을 달구었다. 그러다가 최현이한테 반대로 혼쭐이 났다고 한다. 그때 최현은 품속에서 그 사연많은 호박물주리를 꺼내들고 리승엽에게 소리쳤다.

《여보, 내게도 귀중한 호신부가 있소!

이걸 위해선 난 군단이라도 동원할거요.

이 문젠 더 건드리지 마우. 이건 군사규률문제가 아니라 동지문제고 뭐랄가, 정신이고 사랑문제야…》…

김일성동지께서는 생각에서 깨여나시여 차국천을 건너다보시였다.

《국천동무, 이자 그 라이타를 나도 좀 구경하기요.》

《예?!》

차국천은 저으기 얼굴이 붉어져가지고 라이타를 꺼내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참동안 그것을 들여다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시선을 드시였다.

《이 라이타를 동무에게 준 박달동무가 지금 어떤지 모르겠소.

지난번에 산꿀을 좀 얻어가지고 들렸댔는데 그 사람이 벽에 포대기를 기대고 누워 무슨 글인지 부지런히 쓰길래 뭘 하느냐고 물었더니 뭐 있으나마나한걸 긁적거린다고 했소. 회상록이라던지…

그래서 내가 동지들에 대한 얘기와 혁명의 진실을 쓰라, 그게 폭탄보다 더 위력할수 있다고 말해주었소.》

《?!…》

김일성동지께서는 사색에 잠기시여 어두어오는 형제산련봉쪽을 바라보시다가 문득 차국천쪽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국천동무, 이걸 잘 간직하오.

다시는 잃지 말고. 이걸 동지적사랑과 믿음으로 깊이 간직하면 혁명의 길에서 탈선이 없을거요.

전원의 불길이라, 참 좋은 말이요.》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차국천이 젖은 목소리로 대답올리며 라이타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차국천은 자기의 한생에 그 의미깊은 라이타를 귀중히 간직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정말로 그 라이타가 자기를 지켜주고, 바라는 곳으로 떠밀어주는 호신부로만 여기는 습벽이 굳어져서인지 한생 품속에 간직하고있었지만 그것은 한갖 애용품으로 되고말았던것이다.

그는 비록 백두산밀림의 눈보라와 동지의 숨결이 스미고 전쟁의 포화에 젖은 라이타를 생의 종점까지 한시도 품에서 떼지 않았으나 정신적으로는 그것을 깡그리 잃은채 비틀거리다가 끝내는 당과 혁명과 동지를 등지고 혁명대오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반대로 최현은 인민이 다 아는 그 유명한 호박물주리를 후대들에 대한 혁명전통교양을 위해 혁명박물관에 기증했고 흔치 않는 빛나는 삶의 마직막순간까지 정신적으로 그것을 간직했다.

인간의 한생에는 반드시 넘어서지 말아야 할 한계점, 반드시 넘어뜨리지 말아야 할 기둥이, 반드시 잃지 말아야 할 생명과도 같은것이 있다. 그것은 동지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이고 사랑이다.

동지적믿음이 무너진다면 모든것은 끝장이다.

공든 탑도 무너지고만다.…

통신결속소출입문으로 몸이 호리호리하고 목이 빠진 녀성군관이 김명수부관의 뒤를 따라 숨이 차서 나타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바라보시였다.

선이 부드러운 해쓱한 얼굴로 하여 저으기 양간한 모습이지만 쌍겹진 눈에서 그늘같은것이 느껴지시였다.

녀성군관은 김일성동지앞에 와서 정중히 거수경레를 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군단장에게 긴급전화가 왔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박정덕이 통신결속소안으로 급히 달려들어간 다음 인사를 올리고 돌아서는 녀성군관을 지켜보시였다.

《우리 군단 통신참모 김인정동무입니다.》

차국천이 얼른 나서서 말씀드리였다.

《?!…》

《최고사령관동지, 저 동문 1차진공때 4정찰출장소 소장을 하다가 희생된 김광선동무의 녀동생입니다.》

《김광선이?…》

리을설이 곁에서 말씀올렸다.

《장군님, 해방직후 회령보안서장을 하며 반동들을 무섭게 친 〈김싸이〉가 생각나십니까?…

원동 훈련기지에 있을 때 산하부대에서 전령병을 하던 동무입니다.》

《오, 〈김싸이〉! 쏘련위수사령부에서 욕심내던 사람. 생각나오, 생각나. 스띠꼬브와 함께 만났었지. 특수부장 곽칠성동무의 산하에서 일했소.

김정숙동무를 친누이처럼 따르던 진짜배기혁명가였소.

4정찰출장소, 그 동무들이 서울해방전투와 대전해방전투때 공로가 컸소. 곽칠성이와 김광선이가 공화국영웅칭호를 받았지. 그 동무들이 놈들의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제일 먼저 통보해왔소. 아까운 동무들이 희생됐소.

그러고보니 녀자처럼 곱게 생겼던 그 눈매와 신통해.…》

김일성동지께서는 반색하시며 통신결속소 출입문쪽으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퇴마루에서 일어서시였다.

어둠이 깔리면서 날씨가 더욱 차졌다.

리을설이 조심히 다가가 그이의 어깨우에 군용외투를 씌워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색에 잠기시여 통신결속소앞을 몇번 오가시다 돌아서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최용건을 바라보시였다.

《보위상동무, 오늘 군단을 돌아본 의견이 어떻소? 원만하오?》

《최고사령관동지, 저의 의견은 좀 다릅니다.》

최용건은 조심히 대답올리며 돌따서 나온 박정덕을 쏘아보았다.

어쩐지 박정덕의 목이 쑥 움츠러드는것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장군님, 이 박정덕이 아직 설익었습니다.

난 차국천군사위원의 말을 듣고 설마했는데 오늘 돌아보니 사실인것 같습니다.

수도를 중심으로 대공방어화력을 강화하라는것은 최고사령부의 일관한 의도인데 전번날에 돌아볼 때까지 배치되여있던 강남계선의 고사포대대를 뚝 떼서 평양에서 더 떨어진 서천계선으로 옮겨놨으니 강남쪽의 대공화력밀도가 그만큼 낮아질게 아닙니까.》

최용건은 박정덕을 흘겨보았다.

그러고보면 보위상이 강남에서 고사포진지들을 돌아볼 때 김일성동지의 뒤를 따르면서 헛기침을 하던것이 리해되시였다.

며칠전 박정덕의 의도에 따라 강남계선에 있던 고사포 1개 대대가 서천지역의 해안방어축성물들이 구축된 석다산기슭에 전개되였다. 서천계선의 상공에서 무시로 날치는 적비행대의 폭격으로부터 방어축성물들과 갱도, 격납고속에 은페된 포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그렇게 하였다고 한다.

김일성동지께서도 부대를 떠날 때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해주려고 하시였는데 보위상이 먼저 꼭지를 뗀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박정덕이, 어떻게 된 일이요? 며칠전에도 비행기들이 평양상공에서 돌아치면서 폭탄을 던져 숱한 집들이 불타고 사람들도 상했소.…

동무의 작전적의도는 리해가 돼. 그러나 둘중에서 첫번째가 더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하나를 소홀히 하는건 군단장의 사고가 아니야. 평양방위를 위해 상륙을 기도하는 적들에 대한 대응책도 세우고 평양을 공습하려고 날아드는 적기들을 모조리 쏴떨구는것도 박정덕의 임무야.》

박정덕이 머리를 수그리자 차국천이 황급히 한걸음 나섰다.

《장군님,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군단장동무는 반항공무력이 적은 조건에서 공습이 덜한 강남계선에 있는 여러 고사포대대중에서 1개 대대를 서천으로 옮긴 대신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고사총구분대를 배비해놓아 적항공집단이 아직까지…》

《됐소, 됐소.》

김일성동지께서 한손을 쳐드시자 최용건이 서둘러 말씀드렸다.

《장군님, 저… 그 문제와 관련해서는… 박정덕동무에게 평양의 대공화력체계를 강화하도록 신칙하고싶어서 한 말인데…

사실 서천지역에 방어축성물들을 견고하게 만들어 거점을 형성한것이라든가 그것들을 적비행대의 공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그 주변에 고사무력을 재배치한것은 옳다고 봅니다. 제 의견은 그 고사무력을 다른데서 떼올것이지 왜 평양에서 멀지 않은 강남에서 옮겨왔는가 하는것입니다. 사실 박정덕의 서천방어작전안에 저는 동감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됐소. 그런데 최용건동문 선이 명백치 않소. 그 문젠 나도 오래전부터 생각한건데 사실 박정덕이 이미 대책을 취하고있지않소.

서해안, 특히 서천이 중요해, 동해에선 통천이고. 둘 다 천자가 붙어있는게 우리에게 하늘이 무슨 계시를 하는것 같아. 그래서 2월초부터 최현동무의 72군단을 전선사령부에서 떼내여 원산 ㅡ 통천지구를 강화하는 사업을 시작했소. 통천을 중심으로 전략적방어지대를 형성할 임무를 이미 주었소. 72군단은 지금 임무수행에 들어갔소. 77군단이 린접인만큼 협력하고있소. 우리는 앞을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전술적으로만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말이요. 예상되는 적상륙지점을 철저히 봉쇄해야 하오.

릿지웨이는 햇내기가 아닙니다. 전쟁을 아는 로회한 작전가란 말이요.

오늘 군단의 일부 지역을 돌아보며 생각이 많아지오. 박정덕동무, 예견되는 놈들의 군사작전에 대처하여 이 서천을 중심으로 강력한 방어지대를 형성해야 하오. 해안방어려단들인 22, 23, 26 외에 3개 대대를 더 주겠소. 싸움을 우리 식으로 해야 하오. 그리고 아까 말하던 평양대공화력은 절대로 허물지 마오. 강남계선의 반항공무력상태를 깐깐히 따져보고 공간이 있으면 빨리 대책을 취하시오.》

《최고사령관동지, 전략적방어지대형성과 대공화력을 강화하는 두가지 과업을 동시에 밀고나가 평양을 굳건히 지키겠습니다.》

박정덕이 눈을 번쩍이며 힘차게 대답을 올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가에 미소를 지으시였다.

《군단장동무, 그리고 한가지 내 의견을 더 말하고싶은것은 오늘 보니 적들의 비행편대들이 폭격만을 목적한것 같지 않다는것이요. 우리 서해안의 무력상태를 타진하는 위력정찰같소. 때문에 서천을 비롯한 서해야산들에 굴설한 갱도진지들과 포 격납고들에 대한 위장을 철저히 해야 하오. 기계화사단무력들은 적의 1차타격을 받지 않도록 굴속에 깊숙이 감추오. 그러나 두더지처럼 배겨만 있으라는건 아니고. 적의 상륙이 예견될 때 재빨리 리용할수 있게 정비도 잘해놓아야 하오. 지금은 놈들이 비행기들을 들이밀어 폭탄을 떨구는체하면서 어디에 방어시설물이 배치되였는가, 방어병력이 얼마인가 타진하는 조건에서 서뿔리 맞불질을 하지 마시오. 대신 사방에 허위진지같은것들도 만들어놓아 놈들을 속이시오. 놈들이 폭탄만 허비하게. 주민지대와 좀 떨어진 허튼곳에다 허위로 고사포진지같은것을 잔뜩 만들어놓고있다가 놈들이 달려들어 폭탄을 마구 던질 때 익측이나 뒤쪽에 숨겨놓았던 고사포로 단방에 쏴떨구어버리는 전술도 써야 합니다. 재삼 당부하지만 서천같은 요충지에 배치한 방어무력을 서뿔리 로출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아까 군단장동무가 제기한 고사화력을 보강해주는 문제는 군사위원회에서 대책을 세웁시다.》

《최고사령관동지, 그 깊은 뜻을 명심하겠습니다.》

박정덕이 정색한 얼굴로 차렷자세를 취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떠나셔야 할 시간

 
강산 20-01-14 20:21
 
(위에서 계속)

떠나셔야 할 시간이 퍼그나 지났던것이다. 그런데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몇걸음 옮기던 그이께서는 다시 박정덕을 부르시였다.

《참, 제일 중요한걸 잊을번 했소. 정덕이, 오늘 보니 동무네 전사들의 식탁이 말이 아니요. 겨우내 김치맛도 보지 못했다니 이게 될말인가. 왜 자체로 남새를 심어먹을 생각을 못하는가 말이요. 내가 동무에게 남새재배법을 대주겠소. 이 계절엔 자연온실도 만들수 있거든. 군단장동문 우리 리을설동무네들이 겨울에도 쑥갓을 먹는걸봤겠는데… 그래 우리가 무얼 가지고 이 전쟁을 이기겠소? 원자탄을 가지고 하나, 비행기와 땅크가 많아 그걸 가지고 싸우나?

전사들, 인민들의 혁명정신과 애국주의를 가지고 승리해오지 않는가. 우리 전사들, 혁명동지들을 떠나서 우리 지휘관들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고사포나 격납고도 중요해. 하지만 더 중요한건 우리 전사들이야!》

김일성동지의 음성은 저으기 격하시였다.

박정덕은 머리를 푹 수그리고 몸둘바를 몰라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무슨 말씀을 더 하시려다가 그냥 돌아서시여 승용차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문득 걸음을 멈추시고 박정덕을 돌아보시였다.

《군단장동무, 아까 김광선의 누이동생이라고 하던 군단통신군관동무말이요. 얼굴에 수심이 꼈던데 무슨 일이 있었소?…》

《예?!… 제가 아직…》

박정덕이 당황하여 머뭇거리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전사들을, 동지들을 잘 돌봐야 하오.…》

《최고사령관동지,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장군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전사들의 생활에 관심하겠습니다.》

박정덕이 젖은 목소리로 띠염띠염 대답을 올리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을 저으시였다.

《좋소. 믿겠소.!》

승용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시고 가볍게 눈을 감으시였다.

박정덕은 자신께서 품들여 키우는 젊은 군사간부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중요한것을 놓치고있는것 같아 마음이 괴로우시였다.

얼마전 김일성동지께서는 특무장강습소 교원, 강습생들과 만나신 자리에서도 군인들의 생활을 따뜻이 돌봐줄데 대하여 간곡히 말씀하시였다. 올해에 들어와 회의들도 여러차례 소집하셨는데 그때마다 자주 강조하신것이 전사들과 인민들의 생활을 깊이 관심하는 문제였다. 내각 제1차전원회의에서 1952년 및 1952년 1.4분기인민경제발전계획을 토의하였고 그후 인민민주주의제도를 보위하기 위한 도, 시, 군검찰소 검사장회의를 지도하시였으며 보건성일군들에게 전반적무상치료제실시를 위한 준비를 잘하여 다음해부터 그것을 실시할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시였다.

조선인민군 련대간부들을 위한 단기강습에서 적극적인 진지방어를 할데 대한 당의 방침을 계속 철저히 관철할데 대하여 가르치시였다. 장기전에 대처할수 있는 물자예비를 조성할 중심방향을 토의한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적의 세균무기와의 투쟁을 위한 조직사업과 위생방역사업체계, 방역규률을 세우고 미제의 야수적만행을 폭로하는 대외선전을 잘할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신 군사위원회 확대회의.

하루도 숨돌릴새가 없으시였다. 전선군단들의 사업보고, 공격전투방안들…

철도일군열성자대회에 참석하시여서는 전시수송을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과업을 밝혀주시고 이어 절량농가구제대책을 토의하는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를 지도하시였다. 시간이 그처럼 귀하시였지만 전선사령부 지휘성원들에게 무시로 과업을 주시는 분망한 속에서 재정상을 만나시여 부업경리규정을 만들도록 임무를 주시였다.…

저 박정덕을 비롯하여 지금 전선과 후방의 우리 일군들에게 무엇이 모자라는가?

우리가 무엇때문에 이 전쟁을 힘겹게 치르고있는것인가?

인민들과 전사들을 위해서이다. 그들의 사업과 투쟁, 생활과 생명을 위하여 회의도 필요했고 현지지도도 있었으며 내각결정과 최고사령관 명령이 채택되고 하달되였다.

특히 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들을 거느리고있는 우리 혁명군대 지휘성원들은 작전전투조직과 부대관리에 앞서 자기 수하 대원들을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보살피는 뜨거운 심장을 지녀야 하는것이다.…

김일성동지의 눈앞에는 다시 군단직속구분대 부식물창고에서 보시였던 곰팽이가 퍼렇게 쓴 누런 염장무가 떠올랐다.

지휘부에 들리시였을 때 차국천이 중국차잔에 담아 들여왔던 김이 문문 나는 진한 밤색커피도 선명히 눈에 안겨왔다.

그래, 이대로 나가다가는 박정덕이도 군사만능주의에 떨어질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솔직하고 근실하여 마음놓이는데가 있다.

눈가에 그늘이 력력히 비꼈던 김인정의 모습이 또 눈에 밟히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른 눈석이에 패인 홈채기를 넘는 차의 충격에 눈을 뜨시였다.

초밤이여서인지 평양교외는 고요했다. 벌써 하당리 도하장부근이다.

총창을 비껴든 인민군전사들이 캄캄한 어둠속에 말없이 도하장을 지키고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도하장부근을 갓 벗어난 포차행렬이 강기슭을 따라서 남쪽으로 질주하는것이 어슴푸레 안겨든다.

포차적재함우에서 울려나오는 노래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처음엔 무슨 노랜지 알수 없었으나 이따금 바람결에 실려온 선률이 귀에 새겨졌다.

 

피로써 승리해가는 이 길이

… 고향에…

만세 만세 만세 높이 부르며



 

김일성동지께서는 뒤를 돌아보시였다.

《보위상동무, 저 군인동무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립니까?… 어쩐지 듣던 곡조같구만.》

《?!…》

묵묵히 앉아 상념에 잠겨있던 최용건이 몸을 솟구며 신중한 표정으로 한참동안 귀를 강구었다.

최용건의 입가에 쓰거운 미소가 비꼈다.

《장군님, 저 노래가 바로 그 문제의… 〈섬멸의 길로〉입니다. 얼마전에도 김익동무랑 몇몇 사람들이 보급을 중지시키자고 떠들던데 전사들은 마음에 드는지 그냥 부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최용건의 말을 들으시면서도 계속 포차행렬쪽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군인들의 노래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이윽고 사라지고말았다.

그이께서는 아쉬워하시며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음… 듣고보니 그 곡조가 정말 귀익구만. 전에 경위련대동무들이 부르는걸 들은 기억이 나오. 지난해 너무 비장하다 어떻다 하던 그 전선가요로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가 다시 최용건을 돌아보시였다.

《보위상동무, 아무래도 저 노래를 우리가 시간을 내여 들어봐야겠소. 문제가 있소.》

《알았습니다. 김일동무와 토의하여 인민군협주단동무들에게 과업을 주도록 조직사업을 하겠습니다.》

《음, 그렇게 하시오. 전사들이 즐겨 부른다는건 노래가 그들의 마음에 든다는게거든.

전사들이… 진짜 선생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승용차가 도하장을 벗어나 서평양조차장주변에 이를 때까지 더 말씀이 없으시였다.

문득 엇갈리는 탐조등불빛에 희뿌연 앞도로가 안겨든다.

그이께서는 눈을 크게 뜨시였다.

밤빛에 희검게 보이는 재빛말을 탄 장령 하나가 긴장한 눈길로 사방을 두릿거리며 앞서 달리고있었다. 박정덕군단장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순간 가슴이 뭉클하시였다.

자신을 위한 동지들의 관심은 혁명을 시작한 첫시기부터 날과 달을 이어 깊어지지만 매양 그 헌신적사랑을 새로운 충격속에 감수하시게 되는것은 정녕 무슨 까닭인가.

이윽고 군용화물차들로 붐비는 조차장부근에 들어서자 대오의 척후병처럼 안전상태를 살피고있던 박정덕장령의 모습도 짙은 어둠속에 묻혀버리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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