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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48회   19-11-18
강산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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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장

5

 

구암, 례의저수지의 생명수는 드디여 메마른 남연백벌을 적시며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7월 13일 새벽 3시경, 서울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리병남은 남연백벌농민들의 도움으로 북조선으로 넘어왔다.

리병남은 밤새소리 처량하게 울리는 이름도 모를 야산기슭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동녘이 희붐히 밝아올 때 그는 품속에서 여러겹으로 접은 흰 비단천을 꺼내였다. 그리고 부들부들 격정에 떨리는 손으로 비단천을 한잎두잎 정중히 펼치였다. 흰 비단천에는 1948년 8월 기간에 황해도 해주에서 개최되는 전조선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위한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에 참가하여주시기를 바란다는 글과 함께 장군님의 존함이 씌여있었다.

장군님! 이 불민한 사람을…》

리병남은 장군님의 친서를 품에 안으며 흐느낄듯이 몸을 떨었다.

1948년 7월 13일, 이날은 리병남이가 일생 잊을수 없는 날이였다.

이때로부터 한달남짓이 지난 8월 21일 해주극장에서 드디여 남조선인민대표자대회가 열리였다.

대회주석단에는 홍명희, 백남운, 허헌, 리극로를 비롯한 남조선의 여러 정당, 사회단체 책임자들이 앉아있었는데 리병남은 무소속 대표로 주석단에 올라갔다. 그때까지 어떤 정당이나 사회단체에도 속하지 않고 개인병원을 운영하며 량심적으로 살아온 그가 이렇게 큰 대회의 주석단에 올라보기는 처음이였다. 그는 5만명당 1명을 선출하는 대의원립후보자로 되였으니 하나의 큰 인생사변이였다.

그후 8월 25일 리병남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서 인민의 찬성지지표를 받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되였다.

전체 조선인민이 바라고바라온 전조선의 통일적인 최고립법기관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가 북남조선 전체 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창설되여 드디여 9월 2일부터 력사적인 최고인민회의 제1차회의가 열리게 되였다. 여기에 참가한 리병남은 9월 4일 오전휴식시간에 병들어 죽어가던 어제날의 《겸이포제철소》 로동자 최군마와 극적인 상봉을 하였다.

《창상(뽕밭이 바다가 된다는 자연이나 사회의 심한 변천)이란 이런것이 아닌가! 임자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됐구만. 장군님의 은덕으루 우리가 나라의 당상에서 만났어!》

리병남은 최군마를 붙들고 울었다. 남조선의 《국회의원》들중에는 로동자, 농민이 단 한명도 없었으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가운데는 최군마와 같이 어제날 마소처럼 천대받던 로동자, 농민들, 어제날의 머슴과 부엌데기들이 수없이 많았던것이다.

대의원들의 토론이 또한 리병남을 놀라게 하였다. 어느 한 대의원어로공은 《고등어》가 《하등어》로 된 이야기를 하였다. 옛날에는 돈많은 집에서나 먹던 고등어를 오늘은 북조선의 어느 두메산골, 신계, 곡산과 삼수, 갑산에서까지 몇두름씩 처마밑에 걸어놓고있고 어느 집을 물론하고 몇독씩 염장하고있어 그 귀한 물고기가 이제는 《하등어》로 됐다는것이였다. 양덕역장은 고등어가 너무 많이 들어와 양덕고개에서 몇차판씩 그것을 썩인다고 하면서 제발 이제는 고등어를 그만 잡아달라고 어로공들에게 빈다고 하여 대의원들모두가 크게 웃었다. 이것은 사실이였다. 그 시대에 살아본 사람들은 된장처럼 고등어를 흔하게 먹던 일을 잊지 못하고있을것이다.

평안북도 태천군 인민위원회 녀성부위원장 김득란대의원은 토론연단에서 《그전에는 우리 농군들이 풍년이 오기를 빌고 기다렸지만 지금은 인민경제계획을 실시하는 과정에 자기 힘, 자기 손으로 해마다 풍년을 불러오고있습니다. 그전에는 한개의 초급중학교도 없던 우리 태천군에 7개의 초급중학교와 평북도에서 자랑할만 한 벽돌 2층짜리 고급중학교를 세웠고 그전에는 천대받고 멸시당하던 무지렁이 농사집녀자였던 제가 오늘은 한개 군의 부위원장이 되였습니다.》 하고 눈물머금고 자랑하여 대의원들의 가슴을 울리였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9월 8일 회의에서 5천년민족사에 있어보지 못한 이렇듯 살기 좋은 인민의 나라를 세워주신 영명하신 령도자 김일성장군님을 북과 남 전체 조선인민의 의사를 담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로, 수상으로 추대하였다.

그날 저녁 회의일정이 끝났을 때 리병남은 장군님의 집무실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무슨 일인가싶어 울렁이는 가슴을 안고 총총히 그이의 집무실로 들어가니 김책, 홍명희, 최용건을 비롯한 20명 가까운 일군들이 와있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집무탁을 마주하고 서서 말씀하시였다.

《그동안 여러분모두의 수고가 많아 이제 우리는 통일적인 중앙정부를 수립하게 되였습니다. 우리는 래일 9월 9일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을 우리의 북남조선동포들과 해외동포들앞에 아니, 온 세계에 선포하게 됩니다.》

장군님의 갈리신 음성을 들으며 방안의 사람들은 요란한 박수를 울리였다. 벌써 눈물을 흘리며 어깨를 떠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장군님께서는 수십년세월 인민의 세상을 그리시면서 새기고 무르익히고 다듬고다듬어 마침내 쪼아서 이름붙이신 영광스러운 국호를 조용히 입속으로 외워보시였다.

이름그대로의 살기 좋고 유족한 인민의 나라를 세우리라! 인민이 주인으로 되고 인민들모두가 값높은 인격적대우를 받는 진정한 민주의 나라를 세우리라!

그이의 가슴속에서 울리는 웨침이였다.

민주주의! 이 말은 인류의 정치사가 시작된 때부터 생겨난 말이며 현대에 와서 사용빈도가 비할바없이 높아진 정치용어였다. 근대이후에만도 민주요, 민권이요, 민생, 민본이요 하는 인민을 내세우고 인민을 주인으로 받들어야 한다는 주의주장과 리론들을 종류별로 묶으면 200여가지나 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정치가, 학자, 사회리론가들이 민주에 대하여 모색하고 제나름의 주장을 력설했는가. 허나 유감스러운것은 사람마다 그처럼 부르짖었으나 수천년 인류력사에 진정한 민주의 나라를 세운 실례가 없었다는 사실이였다. 당소속만을 보더라도 민주라는 낱말이 들어간 당들이 수없이 많다. 아메리카원주민들의 시체우에 나라를 세운 미제침략자들과 인민의 원쑤 매국역도 리승만패당들도 저들의 사상과 당, 사회단체들에 민주라는 낱말을 붙여놓고있다.

민주! 그것은 입으로 부르기는 쉬우나 실현하기는 어려운 인민의 념원이 담긴 말이였다.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의 반만년력사를 더듬어보아도 민주제도가 서고 민주정치를 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허나 우리는 진정한 민주개혁을 실시한 토대우에서 오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민의 나라를 세웠다. 이전의 조선과는 다른 빛나는 새조선이 탄생한다.

우리모두 진정한 인민의 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지키고 빛내이자!

장군님께서는 열렬한 호소의 빛이 어린 뜨거운 눈길로 방안사람들을 쭉 둘러보시였다.

《동지들, 나는 래일 다음의 동지들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성원으로 임명한데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에 보고하려고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드디여 내각소임과 이름들을 부르기 시작하시였다.

《내각부수상 겸 산업상 김책, 부수상 홍명희,… 보건상 리병남…》

리병남은 소스라쳐놀랐다.

(아니, 내가 보건상이란 말인가?)

리병남은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그러나 지금 자기가 김일성장군님의 집무실에 와있는 이 현실이 그것이 분명한 사실임을 확인해주고있었다.

서울바닥에서 개인병원이나 운영하던 내가 어찌 한 나라의 보건사업을 지도할수 있단 말인가. 그는 자기가 환자의 병은 치료할수 있으되 나라의 의료사업을 조직하고 지도하는 그처럼 큰일을 감당해낼 재목이 못된다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그는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를 생각할념도 없이 성급히 장군님께 아뢰였다.

《장군님, 저는 여태 관직이라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제 어찌 나라의 대감을 할수 있겠습니까. 재목이 못됩니다. 불민한 이 사람을 보건대신으로 내세우면 국사를 망칩니다.》

그의 느닷없는 발언은 방안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크게 웃으시였다. 《허허허… 옳습니다. 선생은 나라의 대감은 못해도 인민의 보건상은 능히 할수 있습니다. 선생처럼 지조가 굳고 마음이 청백하고 환자에 대한 성의가 지극한 의학자가 바로 정부 보건상을 하여야 합니다. 선생이야말로 적임자입니다. 인민들이 좋은 세상에서 근심없이 잘살게 하자면 의식주와 함께 보건문제가 해결되여야 합니다. 지난날 약 한첩 쓰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지금 우리는 로동자, 사무원들을 비롯한 국가공무자들에게만 무상치료를 실시하고 전반적무상치료제를 하지 못하고있습니다. 선생이 보건사업을 잘해서 속한 시일내에 전반적무상치료제를 실시하여 모든 인민들이 무병장수하는 나라로 되게 합시다.》

《아니, 전반적무상치료제 말입니까?》

리병남은 몹시 놀라며 저도 모르게 반문하였다. 지금 로동자, 사무원들에게 무상치료를 하고있는것만도 그에게는 놀랍게 생각되였다. 그것이 나라에 얼마나 큰 부담으로 되는가 하는것을 의사인 그가 모를리 없었다. 해방된지 이제 3년밖에 안되는 북조선에서 어떻게 그런 무거운 부담을 질수 있단 말인가.

장군님께서는 의미심장히 리병남을 지켜보시였다.

문득 장군님의 눈앞에 가난한 사람들을 무상으로 치료해주시던 아버님이신 김형직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르시였다. 아버님께서는 팔도구, 림강, 무송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돈 한푼 받지 않고 치료해주셨던가. 무상치료시책은 아버님의 념원이였고 지향이시였다. 련이어 그이의 눈앞에는 강반석어머님께서 별세하신 소사하의 작은 초가집이 떠올랐다. 김형직선생님의 혁명사업을 뒤받침하시면서 수많은 병자들을 간호해주신 어머님자신께서는 의원의 치료를 받지 못하신채 병명조차 딱히 알수 없는 속병으로 세상을 떠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어머님의 림종을 생각하실 때마다 가슴이 미여지고 일촌간장이 다 녹아내리는것 같으시였다.

어찌 어머님뿐이랴. 돈이 없어 약 한첩 써보지 못하고 죽은 병자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장군님께서는 그것을 보며 자라시였다. 그리고 준엄한 항일혁명의 길을 걸으시면서도 약 한첩 못쓰고 병들어 죽은 사람들을 수없이 목격하시였다.

어머님께서 병든 몸으로 한푼두푼 모아주신 돈 20원을 오랜 세월 품속에 간직하고 다니시다가 헐벗고 병든 마안산어린이들을 위해 내놓으실 때 장군님께서 절절히 그려보신것은 온 나라 인민들이 무상치료, 무료교육의 혜택을 받고 사는 복된 세상이였다.

무상치료는 김형직선생님과 강반석어머님의 념원이였고 김일성장군님의 숙원이시였다.

《리병남선생!》

장군님께서는 물기에 젖은 절절한 목소리로 부르시였다.

《털어놓고 말해서 지금 형편에서는 공무자들에게 무상치료의 첫 걸음을 뗐습니다. 이제 온 나라 인민들이 돈없이 병치료를 받는 세상을 하루속히 만들어봅시다.》

방안에는 숙연한 침묵이 흘렀다.

장군님께서는 집무탁을 돌아나와 몇발자국 걸음을 옮기시더니 무임소상으로 임명된 리극로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무임소상이라는 류다른 직제에 대하여 본인은 물론 다른 내각성원들도 석연치 못해하였다.

리병남은 누구보다도 리극로를 잘 알고있었다. 인간적으로도 가까왔다. 참대처럼 곧은 성미로 20년세월 장군님만을 믿고 따른 사람, 일제야수들에게서 손톱, 발톱을 뽑히우면서도 굴하지 않은 인간, 어학에 능통하고 경제학과 철학에 밝은 학자, 1910년대초부터 오늘까지 근 40년동안 옥중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쓴 절제있는 비상한 로력가가 리극로였다.

리병남은 리극로야말로 무엇이든 맡겨주면 한치의 드팀도 없이 정확히 충실하게 해낼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있었다. 그런데 그는 아무 소임도 없는 무임소상이였다.

장군님께서 그에게로 가시여 따뜻이 말씀하시였다. 《선생은 무임소상이지만 이제 중요한 임무가 맡겨지게 됩니다.

선생이 하실 내각사업에 대해선 따로 말씀드리자고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창문을 여시였다. 어디선가 《애국가》의 노래가 울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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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반만년 오랜 력사에

    찬란한 문화로 자라난 슬기론 인민의 이 영광

    몸과 맘 다 바쳐 이 조선 길이 받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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