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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41회   19-11-07
강산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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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장

3

 

랑림산줄기의 한쪽기슭에 들어앉은 강계군 시중면 안창동 신말농촌마을은 일제시기 강계군에서 제일 못살던 거지마을이였다.

1월 11일부더 강계지구에 대한 현지지도를 시작하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희천, 강계, 시중을 거쳐 이날은 아침 일찌기 안창동 신말마을을 찾으시였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신 그이께서는 전선주들을 바라보며 수행일군들에게 말씀하시였다.

《이 마을에두 전긴 들어왔구만.》

《전기뿐이 아닙니다. 옛날 거지동네가 이젠 집집에 양복장이랑 들여놓고 배를 두드리며 잘 먹구 잘 삽니다. 여름엔 려객선을 타구 도회지구경도 다닙니다.》

여기까지 길안내를 한 시중면인민위원회 위원장이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았다.

《내보기엔 여기 농민들이 제일 못사는것 같은데 뭘 그렇게 자랑을 하오? 면위원장이 자랑만 하는걸 보니 앞으로도 잘살것 같지 못하오.》

그이께서 얼어붙은 골개물가에 서서 높은 산을 좌우에 끼고 들어앉은 마을을 둘러보시였다. 50여호되는 골안에 기와집은 얼마 없고 버섯처럼 웅크리고앉은 이영집과 동기와를 얹은 귀틀집들이 대부분이였다.

골안에서 눈보라가 끊임없이 소리치며 밀려다니였다. 전선주도 추위에 떠는듯 윙윙 울어대고 어디선가는 생나무 터갈리는 소리가 들리였다.

장군님의 외투어깨우에 눈가루가 내려앉고 털모자밑에 하얗게 서리가 불리였다.

장군님, 저 집에라도 들어가서 몸을 좀 녹이셔야겠습니다.》

시중면인민위원회 위원장이 가까이 있는 기와집을 가리키며 그 집이 리세포위원장네 집이라고 하였다.

《그렇소? 세포위원장을 좀 만나봅시다.》

그이께서는 눈이 다져져 미끄덕거리는 달구지길로 천천히 걸어가시였다.

집마당에서 살이 진 누런 수개 한마리가 뼈다귀를 물고 앉아있다가 손님들을 보고 으르렁거리였다. 처음에는 사나운 기색을 보이던놈이 여러 사람들이 오는것을 보고는 겁이 나는지 꼬리를 사리고 신음소리를 내며 달아나버렸다.

장군님께서 지게문앞에서 주인을 부르시였다.

《계십니까?》

《누구요?》

방안에서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면위원장이 당황해하며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장군님께서 물러서라고 손짓을 하시였다.

《세포위원장동물 좀 만나자고 왔습니다.》

《오늘은 바빠 그러는데 후에 만나자요. 짬이 없소.》

안에서는 대뜸 면회를 거절하었다.

방안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였다.

《그저 잠간 집구경이라도 할수 없습니까?》

《여보, 생뚱같이 집구경이란건 뭐요? 누구요, 도대체?》

아래방문이 벌컥 열리였다. 화를 내며 고개를 내밀던 사람은 문앞에 서계시는 그이를 보는 순간 두눈이 곤두서며 낯빛이 새까맣게 질리였다.

그는 버선발로 토방에 뛰여나왔다.

《세포위원장동무입니까?》

장군님께서 부드럽게 물으시였으나 집주인은 죄송하여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무명솜바지저고리를 입은 체소한 농군이였다.

장군님, 용서하십시오. 알아뵙지 못하고… 무엄한…》

《허허허… 일없소, 나한테야 뭐라오. 그러나 세포위원장이 마을농민들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되오. 그런데 몹시 바쁜 모양이구만?》

《예, 세포결산선거 회의록을 정리하느라… 장군님, 추운데… 루추하지만 방으로 들어가십시다.》

《집안구경이나 좀 합시다.》

장군님께서 부엌으로 들어가시여 새문을 열고 방안을 들여다보시였다. 방안을 정돈하느라 급하게 돌아치던 두명의 리세포위원들이 장군님께 허리굽혀 인사를 드리고는 황공하여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방안에는 담배연기가 가득차있는데 길마리에 놓인 책상에 먹병, 펜대, 자, 종이장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있었다.

수수대삿자리를 깐 방안에는 여러가지 물건들이 산만하게 널려있었으나 방벽에 붙어있는 이불장은 새로 사들인듯 산뜻하였다.

부엌세간들도 그만하면 그쯘하였다.

《이 마을사람들이 다 세포위원장동무네만큼 가구들을 꾸려놓았습니까?》

장군님께서 새문가에 두손을 맞잡고 긴장하게 서있는 세포위원장에게 물으시였다.

《몇집을 제외하고는 다 이만큼은 갖추었습니다. 이제는 배곯는 집도 없습니다.》

《과거에 거지마을이라고 하던 이곳 농민들이 이제는 배고픈것을 모르고 살고있다니 저도 기쁩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거나 자만해서는 안됩니다. 세포위원장동무, 회의문건은 밤에 정리하고 이제 나하고 같이 이 마을 산들을 돌아보지 않겠습니까. 반대가 없으면 덧저고리랑 입고 따라나오시오.》

장군님께서는 부엌 찬장이며 쌀단지, 장단지들을 하나하나 세심히 살펴보고 밖으로 나오시였다.

세명의 세포당원들도 짚신감발에 핫옷차림을 든든히 하고 마당으로 나왔다.

장군님께서는 빼곡한 푸른 잣나무사이로 곧추 뻗어오른 발구길을 가리키시였다. 얼마간 발구길을 톺아오르시던 그이께서 눈속에 박혀있는 잣송이들을 띠여보고 나무꼬챙이로 눈을 뚜져서 파내시였다.

《잣송이를 왜 이렇게 썩입니까? 이 잣나무만 하여도 마을의 큰 재산입니다. 잣씨는 예로부터 잔치상이나 제상에 올리는 귀한 식료품이고 약재로도 쓰이기때문에 도회지에 가지고가면 아주 귀하게 팔립니다. 마을에서 잣나무들을 어떻게 관리합니까?》

《뭐 특별히… 가을에 청대 같은것을 해먹고는…》

세포위원장이 황송하게 두손을 비비였다.

《아이, 어른 할것없이 잣나무를 마구 다루며 청대나 해먹고마니 이렇게 산에서 썩어버리는것이 많습니다. 채 익지도 않은걸 털어버리는것도 많을겁니다. 리세포에서 마을의 부동산들을 책임지고 공동관리하도록 엄격한 제도를 세워야 합니다. 논밭에선 쌀을 생산하고 산에선 과일과 약재들을 생산하면 이 마을이 부자가 될수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발구길을 버리고 생눈을 밟으며 나무밭속으로 들어가시였다. 얼마후 머루, 다래넝쿨이 엉켜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보니 이 지방에도 머루, 다래, 도토리, 들메 같은 산과일들이 많겠습니다.》

그이께서 얼고 말라버린 다래넝클을 손으로 헤쳐보시였다.

《이런 산과일로는 술을 비롯한 여러가지 식료품들을 만들수 있습니다. 만삼, 당귀, 세신 같은 약초는 귀중한 약초입니다. 참나물, 두릅, 삽주, 고사리, 도라지, 더덕 같은것은 다 고급산나물입니다. 이 산엔 약초와 산재가 많을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전에 이 고장 산을 약초산이라 했습니다.》

온몸이 굳어져있던 세포위원장이 이제는 스스럼없이 말씀을 올리였다. 한 농민은 도토리나무주변의 눈을 파헤쳐 언 도토리알들을 많이 주어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여기 안창동 신말마을의 산들이 지난해 가을 양덕군의 구지골에서 보신 산들의 식물구성상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역시 이 마을에서도 산을 잘 가꾸고 산을 뜯어먹으면 벌방에 못지 않게 잘살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시였다.

《안창동에 거지들이 모여살던 동굴이 있다고 하는데 그 동굴이 어디에 있습니까?》

《예, 바루 저 건너편 산입니다. 왜정시기 수풍수전공사때문에 집을 잃은 압록강마을사람들이 이쪽으로 많이 밀려왔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눈보라에 싸인 건너편 산을 오래도록 지켜보시였다. 동냥주머니를 들고 추위에 떨면서 맨발로 눈길을 걸어다니는 거지들이 보이는듯 하시였다.

장군님께서 면위원장을 돌아보시였다.

《거지가 없어졌다고 자랑하지 말고 산골사람들도 벌방 부럽지 않게 살게 해야 합니다. 이 고장엔 골개강들이 많으니 그걸 리용하면 중소형발전소와 관개용저수지를 만들어 논도 풀고 새땅개간도 할수 있습니다. 물과 산을 잘 리용하면 밑천을 들이지 않고도 잘살수 있습니다.

당원동무들, 강도 리용하고 산도 리용해서 이 마을을 살기 좋은 지상락원으로 꾸려보지 않겠습니까?》

장군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희들은 지금까지 주먹다시로 코씻듯이 망탕 살아왔습니다. 이젠 밥을 굶지 않으니 보배덩이들을 썩이면서도 아까운줄 모르구 살아왔습니다.》

세포위원장이 진심으로 뉘우치며 결의를 표명하자 장군님께서 군인민위원회 농림부의 한 일군을 돌아보시였다.

《이 동무들이 산을 잘 리용하겠다고 결의해나서는데 군에서 발을 맞추어주어야 합니다. 군에서는 농민들이 채취한 산열매를 제때에 사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농민들이 애써 채취한 약초, 산열매, 산나물들을 다 썩일수 있습니다. 한편 농민들이 산과일, 약초를 채취하여 팔려면 그 기지를 잘 보호하고 계획적으로 조성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채취하기만 하면 원천이 거덜이 나서 황무지가 되고맙니다. 앞으로 강계지구에서는 식료가공공장들을 많이 건설하여야 합니다.》

가까이에서 새소리가 들려오고 멀리서는 컹컹거리는 노루의 기침소리가 메아리쳐왔다. 주변의 흰눈밭에는 메돼지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문득 지난해 설을 앞두고 범가죽과 수백키로짜리 큰 메돼지 한마리를 가지고 찾아왔던 강원도 평강군 천내면 리목리의 포수부부를 상기하시였다.

《여기엔 산짐승도 많을테니 수렵을 하면 농작물의 피해도 막고 돈도 벌수 있습니다. 내가 보름전에 평강군의 포수를 만나봤는데 그들은 해방후 토지개혁의 혜택으로 4천평의 토지를 받아 농사를 지으면서 산짐승을 사냥하여 잘살고있습니다. 나는 그때 녀자포수를 처음 봤습니다. 우리는 그를 새로운 령역에서 국가생산을 개척한 녀성으로 보고 크게 표창을 했습니다.》

그이께서는 옛날부터 강계포수가 유명하였는데 수렵을 장려하면 총쏘는 법도 배우고 농작물의 피해도 막고 수입도 높이여 일거삼득이 된다고 하시였다.

《보다싶이 산골농민들이 잘살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농촌당세포앞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은 무엇입니까? 농사를 잘 지어 농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고 나라의 쌀독을 가득 채워주는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일에서 모범이 되여야 할 세포위원들이 시퍼런 대낮에 방안에 모여앉아 결산총회 회의록을 정리하고있으니 아주 잘못되였습니다. 그런거야 밤에 할수도 있지 않는가. 강계군에 와서 좀 돌아보니 농민들이 겨울에는 별로 하는 일이 없이 한가하게 지냅니다. 황해도 김제원농민을 가끔 만나보군 하는데 그는 겨울에 잠시도 일손을 놓지 않습니다. 농기구와 종자를 준비하고 거름을 생산하며 화목도 마련합니다. 그리고 왕골로 돗자리도 결으고 집에서 만든 방석, 바구니, 모자, 가지가지의 초물제품을 수매해서 생활을 보탭니다. 그러니 몇십가마니씩 애국미를 바치고도 궁색하지 않게 지냅니다. 당원동무들은 오늘의 생활에 만족하지 말고 김제원농민의 모범을 본받아 부지런히 일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을 애국자라고 합니다.》

장군님!… 명심하고 일 잘하겠습니다.》

산을 돌아보고 마을에 내려오신 장군님께서는 세포위원장의 집에서 허물없이 언배를 몇알 드시면서 산골농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담화를 나누시고 오후 4시경에 강계읍으로 떠나시였다.

그날 장군님께서는 강계읍에서 강계군 각 정당 사회단체 열성자회의를 소집하시고 《우리는 이해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일할것인가?》라는 연설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이 연설에서 남조선에 조성된 정세를 분석하시고 인민생활의 획기적인 향상과 민주기지강화 그리고 완전자주독립을 위한 투쟁에서 나서는 과업을 제시하시였다. 끝으로 그이께서는 일부 일군들이 자그마한 성과에 자만도취하여 인민생활수순을 더 높이기 위한 사업에 힘을 돌리지 않는데 대해 엄하게 지적하시였다.

회의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신 장군님께서는 김책을 전화로 부르시여 평양시전기실태를 알아보시였다.

김책은 장군님께서 강계로 가신 다음에도 계속 원인모를 과부하가 걸려 송배전부에서 드문히 정전을 시킨다고 하였다. 전기처가 총동원되여 평양지구에 대한 전기검열을 해보았으나 과부하를 일으킬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지 못하였다는것이다.

《전기처장동문 괴이한 수수께끼라고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합니다.》

수화기에서 김책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장군님께서는 여기에 어떤 심상치 않은 문제가 있다고 직감되시였다. 그 수수께끼는 전기기술자들의 힘으로만은 풀지 못할것 같으시였다. 역시 군중의 힘을 빌어야 한다고 생각되시였다.

《김책동무! 원인모를 전기과부하에 대한 군중강연을 해서 누구나가 다 알고 다 관심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그밖에 제기된 문제는 없습니까? 없으면 이만합시다. 나는 강계지구의 일을 다 봤으니 래일 개천에 들려 일을 좀 보고 평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송수화기를 놓고 눈보라 울부짖는 창밖을 생각깊이 내다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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