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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의 나팔소리 (김 자 린)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2-24   19-10-16
강산   315
 

심장의 나팔소리

 

김 자 린

 

1935년 봄 당수하자전투때의 일이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지휘밑에 조선인민혁명군의 한 부대는 왕청현 소도시인 천교령을 진공하여 적에게 큰 타격을 주고 당수하자로 철수했다. 이 급보를 받은 대홍구, 쌍하진 등지에 주둔하고있던 일본군 200여명과 위만군 200여명이 20여대의 자동차와 말을 타고 밤사이에 당수하자로 밀려들고있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적들을 당수하자어귀에서 소탕할 계획을 세우시고 날이 밝기전에 부대를 당수하자북쪽산에 배치시키시였다.

나는 그때 김난환동지가 지휘하는 련대의 나팔수였으므로 련대지휘부가 위치한곳에 있었다. 련대지휘부 바로 뒤에는 총지휘부가 자리잡고있었는데 그곳에 위대한 수령님께서 계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그이께서 우리를 직접 지휘하신다고 생각하니 나의 마음은 더없이 든든했고 필승의 신념으로 가득찼었다. 물론 이것은 나혼자만의 마음인것이 아니라 당수하자전투에 참가한 전체 동지들의 한결같은 심정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이의 명령이라면 생명의 마지막순간까지 싸우리라는 불같은 결의에 차있었다.

만단의 전투태세를 갖춘 우리 유격대원들은 적이 당수하자골로 되돌아내려오리라는것을 알고 기다리고있었다.

일본군과 위만군놈들이 당수하자의 외곬길을 따라 내려오고있었다. 우리 유격대원들은 긴장된 속에서 놈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주시하면서 위대한 수령님의 명령이 내려지기를 기다리고있었다.

적들은 우리 매복계선에 걸려들었다. 이윽고 산속의 정적을 깨치며 신호총성이 골짜기에 울려퍼지자 요란한 총소리들이 일제히 터지기 시작했다.

뜻밖의 불벼락을 맞은 적들은 일대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 덤비다가 쓰러지군 하였다. 나는 그것을 내려다보며 환희에 넘쳐 승전나팔을 불었다. 산골짜기에는 삽시에 놈들의 시체가 너저분했다. 그중 겨우 살아남은 적기관총수놈들은 시체무더기사이를 누비며 밭둔덕에 기여오르다가 밭가운데 있는 바위뒤에서 아군지휘부를 향해 미친듯이 사격을 했다. 놈들은 나팔소리가 울린곳을 지휘부로 알고 어방대고 사격하는것임이 틀림없었다.

아군지휘부에서 적기관총이 있는 지점까지는 불과 200m가 되나마나하였다. 우리 동무들은 적들의 기관총을 목표로 맹렬한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바위뒤에 숨어 불을 토하는 적기관총은 쉽사리 소멸되지 않았고 저주로운 적탄은 계속 아군지휘부로 날아오고있었다. 그리고 이때 지휘부 뒤쪽산등을 넘어오는 적들의 응원대가 보였고 대도로쪽으로는 적의 기병대가 시누렇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순간 나의 가슴에는 불덩어리같은 적개심이 뒤번져올랐다.

(개같은 놈들이 우리 지휘부를 겨누는구나.)

그중에도 우선 급한것은 바위뒤에 숨어서 발악하는 적의 기관총화력이였다. 불던 나팔을 잠시 멈추고 적정을 쏘아보던 나는 결연히 땅을 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탄우속을 뚫고 지휘부 반대쪽 산등성이를 향해 뛰였다. 나의 머리속에는 오직 위대한 수령님께서 계시는 지휘부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일념뿐이였다. 지휘부에서 나는 계관라자산쪽으로 200m가량 내달렸다. 거기에는 적탄이 날아오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나팔을 힘차게 불었다.

나의 나팔소리가 산고지에서 랑랑히 울려퍼지기 시작하자 적의 기관총탄이 내가 있는데로 쏠렸다.

(아, 됐구나.)

적들은 나팔소리가 울리는곳을 아군지휘부로 안것이 틀림없었다.

우박치듯 날아오는 적탄이 내가 서있는 주변의 솔방울들을 떨구고 나무아지들을 꺾어 늘어지게 하였다. 그러나 나는 산등성이에 서있는 로송나무뒤에 몸을 숨긴채 계속 나팔을 불었다. 적탄은 점점 더 맹렬히 날아왔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힘을 돋구어 나팔을 불었다. 참으로 숨이 터지는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적탄이 멈춰지기전에는 나팔소리를 멈추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계속 나팔을 불었다. 지휘부쪽에 쏠렸던 적탄이 단지 나하나를 향하여 헛지랄을 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숨이 찬 가운데서도 통쾌감을 금할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10분인지 20분인지 나는 그것을 짐작할수 없다. 얼마후 골짜기를 뒤흔드는 《만세!》소리에 나는 몸을 일으키며 내려다보았다. 바위뒤에 있던 저주로운 적기관총은 우리 용사들에 의하여 이미 소멸되였었다. 그리고 아군주력부대가 위치한 북쪽 산릉선과 도로쪽으로 달려들던 적의 기병대놈들도 거의 소멸되여가고있었다.

나는 지휘부방향으로 달음질쳤다.

(지휘부가 어찌 되였을가?)하는 근심은 나의 머리에서 그냥 사라질줄 몰랐다. 얼마후 나는 지휘부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뿐만아니라 지휘부에서는 무질서하게 패주하는 적들의 퇴로를 차단하게 하고 마지막섬멸전에로 전체 동무들을 불러일으키고있었다. 이때 나는 또다시 나팔을 입에 댔다.

전우들은 땀투성이가 된 나를 알아보자 《네가 살았구나!》하고 기쁨에 넘쳐 환성을 올렸다. 순간 나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나는 나팔을 더욱 힘있게 잡고 지휘부쪽을 우러러보았다.

소나무 청청한 잎사이로 지휘처가 바라보였으며 그곳에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거연히 서계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적들이 마지막으로 쓰러지고있는 당수하자골안을 내려다보고계셨다. 나는 그이의 모습을 우러러보며 그이의 전사된 기쁨과 영예를 더욱 새삼스럽게 느끼며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당수하자전투는 아군의 승리로 끝났다. 이튿날 인민들의 말에 의하면 일본놈들은 당수하자골짜기에서 녹아난 제놈들의 시체를 실어갔는데 무려 여섯자동차나 되더라는것이였다.

이 승리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현명하고 령활한 지휘와 우리 유격대원들이 그이의 명령을 받들고 용감히 투쟁한 결과에 얻어진 열매였다.

당수하자인민들은 이 승리를 자기 일처럼 기뻐했고 그후 우리 유격대를 더욱 성심껏 원호하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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